중대재해법 도입 후에도, 수사는 늦고 법원은 봐주기 남발···집행유예 수두룩

최나실 기자
입력
수정 2025.08.28. 오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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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중처법 사건 전수조사]
무죄율 3배·집행유예율 2.3배 '솜방망이'
벌금 상한선 50억··· 현실은 7000만 원
5~49인 기업 외 산재 감소 큰 영향 없어
"고용부·검·경 합심해 신속 수사를" 제언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정의당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시행을 2년 더 유예해달라는 경제계 요구가 있었지만, 법은 예정대로 그해 1월 27일부터 확대 적용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4건 중 3건(73%)은 '수사 중'이며, 유죄 시 집행유예율은 85.7%로 다른 형사사건 집행유예율의 2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1월 27일 중처법 시행 이후 법 적용 수사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중처법 처벌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난다는 점을 언급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급한 바 있는데, 실제 통계적으로도 '약한 처벌'과 '느린 수사'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입조처는 "입법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사 역량 강화합리적인 양형 기준 마련, 경제형벌 강화 등을 제언했다.

지지부진 수사 속도, 73% '미해결'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 기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중처법 전체 수사대상 사건 중 73%가 수사 중이고 사건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밝혔다. 뉴시스


28일 입조처는 '중처법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가 수사한 중대재해 사건(1,252건)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73%(917건)는 미해결 상태였다. 입조처는 "수사 속도와 처벌 수준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애초에 중처법 사건이 법적 쟁점이 복잡하고 어려운 데다, 기업의 공세적인 대응과 수사 담당인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의 역량 문제 등이 지연 원인으로 꼽힌다.

법 시행 약 3년 반 동안 중처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을 받은 56명 중 유죄는 50명, 무죄는 6명으로 무죄 비율이 10.7%에 달했다.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3.1%)의 3배다. 유죄가 인정된 49건(50명) 중 징역형이 선고된 47건 형량은 평균 1년 1개월로, 중처법이 정한 처벌의 하한선(1년)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집행유예(42건)로, 집행유예율이 일반 형사사건(36.5%)의 2.3배에 달했다.

유죄 판결 49건 중 50개 법인에 내려진 벌금 평균 액수는 1억1,140만 원이었다. 그러나 20억 원 벌금이 내려진 이례적인 1건(삼강에스앤씨)을 빼면, 평균 7,280만 원이었다. 벌금형 법정 상한선(법인 50억 원·사업주 10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입조처는 "법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확대되고 기업도 안전 투자보다 사후 대응에 집중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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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재 감소에도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입조처는 산재 전반은 물론, 사업장 규모별로 분석해도 재해자 수가 여전히 늘고 있으며 사망자 수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1월 중처법이 확대 적용된 50인 미만 기업(5~49인)은 사망률이 다소 낮아지는 효과가 관찰됐는데, 추후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솜방망이 처벌에 "매출 연동 벌금"

이재명(오른쪽)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반복 발생 근절 대책과 관련한 김영훈(아래쪽)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입조처는 수사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재 사건을 전담하는 '중대재해합동수사단'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는 수사는 고용부가,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하는 구조인데 경찰도 중대재해 수사 전담 조직 신설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입조처는 "세 기관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수사 지연이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업안전감독관에 대한 질적, 양적 확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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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실질적인 산재 예방 효과가 있으려면, 너무 낮은 현행 선고형과 법정형 간 간극을 줄이는 양형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조처는 형사처벌 외에도 △매출 이익 연동 벌금제 △재산 비례 벌금제 △사고 이력 가중 벌금제 등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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