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시작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국가 간 이견 커 5차 협상에도 결론 못 내
규제 안 하면 2050년엔 배출량 3배 전망
"한국 정부도 생산 감축에 지지 표명해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세계 첫 국제협약을 만드는 유엔 회의가 5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당초 마지막으로 예정됐었던 지난해 11월 부산의 제5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INC5)가 빈손으로 끝나면서 추가로 열리는 '제5.2차' 회의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5%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만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상황이지만, 플라스틱 원료인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산유국과 주요 석유화학 산업국 등의 반대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 영향력이 큰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생산 감축 반대'로 입장을 선회한 것 역시 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 없인 기후대응 못 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한국 정부 등에 따르면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 5.2)는 5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다. 전 세계 170여 개 유엔 회원국은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생산·소비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전주기에 걸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채택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부산까지 총 5차례 모여 협상을 추진해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211130005816)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2010년대부터 '해양 폐기물' 문제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미세플라스틱 등 건강 문제나 기후 문제로도 다뤄지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원료 99%가 석유 등 화석연료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탄소배출량 5%에 달한다. 문제는 향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까지 2배, 배출량은 3배 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연 세미나에서, 국제환경단체 지구의벗(FoE)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캠페이너 리코 유리피두는 "2019년 플라스틱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22.4억 톤에 달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배제한 채로는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산유국 vs EU·피해국 구도 속 조용한 한국
협상의 최대 난점은 플라스틱 원재료인 '1차 폴리머'를 포함한 생산 규제 문제다. 협상에 참여하는 170여 개 국가 중 유럽연합(EU)과 제3세계 피해국을 중심으로 100개 이상의 나라가 생산 규제 조항을 넣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오일 머니'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중동 산유국이나 러시아 등 소수 국가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통상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되는 국제 협약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110310003343)
우리나라는 중국·미국·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제5차 회의 주최국이었음에도, 협상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국내외 안팎에서 크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2019년 기준 9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2.4㎏)의 2배 이상이기도 하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는 "INC5 개최국인 한국은 기대되는 수준의 리더십과 야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INC5.2에서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 문서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