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관세 상승에 달러 강세로 반응
장기적으론 서학개미 등 구조적 변수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를 넘보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일인 8월 1일을 앞두고 진행되는 한미 관세협상과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이 환율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4.10원 오른 1,382.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1,381.5원으로 출발해 장중 1,38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합의 소식에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났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탓에 원화 가치는 오르지 못했다. 환율 들썩임이 심상치 않았던 건 지난주부터다. 5월 14일(1,420.2원) 이후 1,300원 중반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환율은, 21일 장중 한때 1,393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을 자극한 건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경계감이다. 25일(현지시간) 예정됐던 '2+2 통상 협의' 일정이 무산되는 등 협상이 지연돼 시장의 불안은 장기화하는 형국이다. 자연스럽게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는 원·달러 환율 하단을 견고히 지지하고 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특히 7월 들어 고관세에 달러가 약세가 아닌 강세로 반응하고 있다"며 "이는 높은 관세에도 미국 내 물가 안정을 위해 달러 강세가 필요하고, 고관세가 미국보다 대미 수출국의 경기에 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도 환율 방향에 영향을 줄 변수다. 이번 회의에서는 연 4.25~4.50% 동결 전망이 우세하나, 연준 위원들이 얼마나 매파적인(통화 긴축)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금리인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달러는 약세를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서학개미'의 급증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해 하반기 환율은 1,40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을 예시로 들며 "한국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더라도 개인 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가 외화 수요를 키워 환율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313억 달러로, 1년 사이 50% 가까이(약 431억 달러)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