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거시건전성 정책 권한 확대" 주장
통화정책과 유기적 운용 필요하다는 점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에는 경제·금융 부분 조직 개편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가계부채와 관련된 거시건전성정책을 한은이 보다 주도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정·금융정책 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치적으로 독립된 기관인 한은이 거시건전성정책 집행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툴(수단 혹은 체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비은행권 감독에 대한 한은의 권한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비은행 기관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한은이 공동조사 등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금융위원장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정책의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한은은 일부 사안에 대해 금융감독원 조사에 의견을 내는 수준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존 체계로는 거시건전성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없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줄지 않은 이유가 거시건전성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가 강력하게 정책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지금처럼 전적으로 정부에 맡기면, 경기 침체 때 단기간 경기부양이 중요한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건전성이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는 설명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부채가 늘고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사례로 들었다. 또 한은은 거시건전성정책을 통화정책과 조화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덧붙였다.
그간 거침없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던 이 총재의 이날 발언 역시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한은이) 조직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나라 경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대통령실은 기획재정부를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와 세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안을 보고 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은 재경부로 넘기고, 나머지를 금감원과 통합(금융감독위원회)하는 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