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443대 1 뚫은 국민조종사 4인…“전세사기 잃은 꿈, 하늘이 다시 열어줬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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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8. 오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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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지수, 이주은, 한승범, 박혜진 국민조종사/공군 제공

공군이 올해로 10번째를 맞은 ‘국민조종사 제도’를 통해 새로운 하늘의 주인공 4명을 선발했다. 443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 청년, 지뢰 사고 부상군인, K-패션업계 베테랑, 전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로 각자의 사연을 안고 대한민국 영공을 날았다.

18일 서울공항 ‘서울 ADEX 2025’ 행사장에서 열린 ‘제10기 국민조종사 임명식’에서 네 사람은 국산 항공기 FA-50과 T-50 후방석에 올라 약 40분간 비행하며 공군 전투조종사의 임무를 직접 체험했다.



‘도전 부문’의 최지수(34) 씨는 전세사기로 모든 것을 잃고 생계를 위해 LNG 운반선 선원으로 210일간 바다를 누빈 끝에 민간 비행훈련원에 입과했다. 그는 “하늘은 제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줬다”며 “절망 속에서도 꿈을 위해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헌신 부문’ 이주은(32) 씨는 해병대 장교로 복무 중 지뢰 폭발 사고로 왼발을 잃었다. 긴 재활 끝에 대위로 전역한 그는 현재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운영실장으로 일하며 부상군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씨는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순간, 제 인생도 다시 비상하는 느낌이었다”며 “오늘의 비행은 부상군인 모두에게 바치는 경례였다”고 말했다.

‘전문성 부문’의 한승범(62) 씨는 36년간 K-패션 업계에 몸담아온 ㈜에프앤에프 임원이다. 그는 “공군 조종사로 복무했던 아버지의 노고를 이해할 수 있었고, 현재 공군 19전비에서 복무 중인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예비역 공군 소장 한창선 씨로, “아들이 전투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전의 소망을 이번 비행으로 이뤘다.

‘팀워크 부문’의 박혜진(27) 씨는 전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로 9년간 활동했다. 그는 “비행 전 조종사와 정비사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며 국가대표 시절 경기장에서 느꼈던 팀워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인천국제공항 보안팀에 근무하며 국가 안보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이날 편대는 서울공항을 이륙해 서해대교를 지나 독립기념관과 태백산맥을 거쳐 동해 정동진까지 비행하며 대한민국 영토 곳곳을 조망했다. 이어 임무공역에 진입해 공중 전술기동을 체험한 뒤 서울공항으로 귀환했다. 착륙 후 국민조종사들은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으로부터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와 임명장을 수여받으며 공식 임명됐다. 손 총장은 “하늘의 주인공이 된 국민조종사들이 국민과 공군을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군은 2015년부터 일반 국민이 전투조종사 임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국민조종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도전·헌신·전문성·팀워크의 가치를 지닌 국민을 선발해 공군의 사명과 정신을 국민과 공유한다는 취지다. 지난 10년간 40여 명의 국민조종사가 하늘을 날았다.

행사를 기획한 조요진 공군본부 문화홍보과장(중령)은 “이번 제10기 선발에는 1천774명이 지원해 4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공군의 도전정신을 국민과 함께 나누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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