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사라져 가는 대중목욕탕…맥줏집·동네 사랑방으로 '따뜻한 변신'

구자형 기자
입력
수정 2025.09.06. 오후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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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과 이웃들로 북적이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대중목욕탕이,, 인구 감소에 코로나 19의 여파 등으로 해마다 수백 곳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최근엔 옛 정이 담긴 목욕탕 내부를 그대로 살려, 식당이나 가게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곳들도 있습니다.

구자형 기자가 대중목욕탕의 변신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굴뚝엔 허연 김 대신 검은 그을음만 가득하고, '목욕합니다’ 글자는 하얗게 바랬습니다.

50년동안 이어져 온 이 목욕탕의 시간은 2년 전에 멈췄습니다.

김연희 / 서울 용산구
"아쉬운 게 너무너무 불편한 게 많죠. 20분 걸어서 저쪽에 가서 목욕하고 오는 길이예요."

2003년 9900여 곳에 달했던 대중목욕탕은 목욕 문화 변화와 코로나19 직격탄에 5년 사이 5700여 곳까지 줄었습니다.

목욕탕은 철거마저 쉽지 않습니다. 대형 굴뚝을 내리고, 습기를 버티려 두껍게 쌓은 벽을 허물려면 억대의 비용이 듭니다.

철거 업체 관계자
"(목욕탕 벽은) 한 20~40cm 이렇게 콘크리트가 쳐져 있잖아요. 그걸 들어 올리는데 어려움이 좀 있죠."

동네 목욕탕에 켜켜이 쌓인 추억을 되살릴 순 없을까.

마치 수도꼭지 같은 손잡이를 당기자 맥주가 나오고, 온탕에는 물 대신 술 한 잔과 함께 지인들과 나누는 따뜻한 담소를 담았습니다.

컵 받침은 때수건입니다.

최유리 / 방문객
"옛날 사람들한테는 추억의 장소가 되고 요즘 친구들한테는 재밌는 장소가 될 것 같아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40년 추억이 담긴 목욕탕이 양조장과 맥줏집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정흥식 / 업체 대표
"목욕탕에 있었던 소품들이랑 이런 장치들을 부분 부분 남겨놓고, (손님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하십니다."

37년 된 또 다른 목욕탕은 하늘색 타일 그대로 일식당과 옷 가게를 갖춘 문화 공간이 됐습니다. 

목욕탕이었을 당시 1층 여탕과 2층 남탕으로 이어지던 이 계단은 식당과 옷 가게로 바뀌었어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안태옥 / 업체 대표
"저 굴뚝이라는 모양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기도 하고, 어릴 때 산타 할아버지가 들어올 것 같은…."

목욕탕이 꼭 필요한 곳은 지자체가 인수한 뒤 동네 사랑방처럼 꾸며 쓰는 곳도 있습니다.

일반인은 5000원, 취약 계층은 3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해 하루 평균 100명 넘게 찾습니다.

오미정 / 노원구청 자활지원팀장
"동네 분들이 거의 매일 보니까 사랑방 역할, 서로 안부도 묻고 '누가 오늘 왔네, 누가 안 왔네' 그리고 서로 자리도 맡아주고."

목욕탕은 점차 잊혀 가는 속에도 새로운 시각으로 활용되며 여전히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TV조선 구자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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