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JTBC는 유해로 돌아온 대학생 박씨가 캄보디아에서 숨지기까지 그 과정을 잘 알고있는 지인을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대학 동기가 범행에 끌어들인 건 맞지만 그보다 '윗선'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박씨가 가면 죽을 걸 알고도 '윗선'이 캄보디아행을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먼저 이자연 기자입니다.
[이자연 기자]
캄보디아 범죄조직, 웬치에서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모 씨는 학과 동기 형, 홍모 씨의 제안으로 대포통장 판매 일에 뛰어들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하게 된 뒤부터 캄보디아 출국하기까지 전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박씨의 지인을 만났습니다.
이 지인은 "지난 봄 박씨가 돈이 필요하단 걸 아는 홍씨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문제가 생겼습니다.
박씨가 제공한 통장이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로 의심받아 모든 금융거래가 정지된 겁니다.
카드 사용도, 새 통장 만드는 것도 모두 막혔습니다.
지인은 "박씨가 이걸 '원시인 된다'고 표현했다"며 "현금만 써야 해 생활이 어려워졌고, 야간 알바까지 뛰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지난 6월 박씨의 캄보디아행 얘기가 나왔습니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박씨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캄보디아에 가게 됐다는 겁니다.
박씨는 숨지기 전 가족과 통화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박모 씨/캄보디아 감금 피해자 (가족과 통화) : 소개시켜준 분이 또 따로 있어. 대표님이랑 그다음에 팀장님이랑.]
통화에서 언급된 '팀장'은 박씨의 OTP와 신분증으로 57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했습니다.
[박모 씨/캄보디아 감금 피해자 (가족과 통화) : 그러니까 대표님과 팀장님이 내 통장에 있는 그 돈 다 들고 날랐다고.]
이때문에 박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감금됐고 고문 끝에 숨졌습니다.
지인은 "조직에서 박씨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보낸 거였단 얘기를 뒤늦게서야 듣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앵커]
대학생 박씨를 제물로 삼은 범죄조직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로, '최대 20억을 벌게 해준다'며 청년들을 유인했다고 합니다. 조직 수뇌부는 슈퍼카를 몰며 재력을 과시했고 경찰 고위직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친분을 내세웠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어서 양정진 기자입니다.
[양정진 기자]
숨진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내고 명의를 도용해 5700만원 대출을 받는 결정은 국내에 있는 조직 차원에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팀장, 대표 등 '윗선'의 재력을 과시하며 20대 초반 대학생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씨 지인 : (팀장이 사는 곳은) 40억 정도가 넘어가는 고가의 아파트였고. 고가의 슈퍼카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람보르기니, 벤틀리가 총 5대 정도 있을 만큼 재력가였어요.]
한 건에 최소 1천만원, 구속될 위험까지 감수한다면 최대 20억원을 벌 수 있다 유인했다고 말합니다.
전체 조직 규모는 3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런 조직이 보통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씨 지인 : 회사 대표가 우리나라에서 되게 큰 업체에 속해 있고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만 봤을 때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피해자들에겐 '대표'가 경찰 간부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박씨 지인 : 서울의 고위 간부, 경찰 간부랑 고위 간부랑도 알고 있는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혹시나 잘못돼서 팀장이나 대표나 실장한테 조사가 오면 대표의 인맥으로 풀려날 수 있도록 할 만큼…]
'팀장'으로 불린 20대 남성을 인천에서 검거한 경찰은 다른 조직원들을 쫓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는 "현지 조직 총책이 중국인이나 조선족인 경우에도 한국인이 중간에 껴 있어야 피해자가 계속 공급되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현지 수사와 동시에 박씨를 해외로 팔아넘긴 국내 조직과 그 총책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유규열 영상편집 구영철 원동주 영상디자인 오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