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성추행했던 전직 마을 이장과 마을 단체 여행에서 만나 약 13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어야 했다는 70대 여성의 사연이 21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경북 청송에 사는 피해 여성 A씨의 딸인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6일 발생했습니다.
이날 정부 지원으로 마련된 마을 단체 여행에 A씨는 성추행 가해자인 전직 마을 이장 B씨와 함께 참석하게 됐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B씨의 동행 사실을 알지 못했던 A씨는 여행이 시작된 뒤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약 13시간을 B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있어야 했습니다.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와 장시간 같은 공간에 있어야 했던 부적절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A씨는 가해자를 보는 순간 몸이 얼어붙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종일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제보자는 "당시 함께 여행을 떠난 일부 주민들 역시 버스 앞쪽 통로에 앉아 있던 B씨를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꼈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B씨는 앞서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7월 출소한 인물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마을을 떠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출소 후 다시 마을로 돌아왔고 해당 약속이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제보자는 밝혔습니다.
■ 가해자-피해자, 어떻게 함께 여행을?
B씨에게 여행 참여를 권유한 인물로 현직 마을 이장이 지목됐지만, 〈사건반장〉 제작진의 확인 결과 이장은 "B씨 아내를 통해 참석 여부를 물었을 뿐 권유한 게 아니다"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법률적 지식이 없어 아예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B씨의 성추행 사건 이후 마을 이장이 2번 바뀌었는데, 이장 2명 모두 B씨를 비호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B씨가 이장을 맡았을 당시 나머지 2명은 마을 운영위원 등으로 함께 활동하며 매우 친했던 것으로 안다"며 "분명 똘똘 뭉쳤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 이장은 "B씨를 포함한 전직 이장들과는 마을 일로 이견이 많았다"며 "친한 사이는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 "경찰의 뒤늦은 조치…또다른 피해자 없어야"
제보자는 해당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에야 경찰이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제보자는 "이제라도 조치가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법의 벽은 너무 높고 두껍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선제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