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전 카톡엔 "한국 가고싶어"…덫에 걸린 가해자이자 피해자

이자연 기자
입력
수정 2025.10.17. 오후 9:02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돈 빼돌렸다' 의심받아 감금·폭행 당해
베트남 국경에서 사망…사인 '마약' 추정

[앵커]

캄보디아의 국경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이 남긴 카톡 메시지를 입수했습니다. 이 여성은 대포통장 모집책이고 여성을 유인해 유흥업소에 넘기는 데에도 가담했습니다. 동시에 자신 역시 감금을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그 메시지 속엔 "처벌을 받더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자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대 여성 박모 씨는 사망 일주일 전 무렵까지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갇혀 있었습니다.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일하던 중 통장이 텅 비어 버리는 '사고'가 난 겁니다.

조직은 박씨가 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해 감금했고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박씨가 베트남에 있는 한국인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입수했습니다.

"사방이 다 사기고 뒤통수"라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A씨/박씨 베트남 지인 : '여기 나가려면 1천달러 필요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정신 못 차리고 뭐 하는 짓이냐 이런 식으로 제가 따졌단 말이에요.]

"1일까지 돈을 못 내면 2천 달러가 되고, 2일이 되면 4천 달러가 된다"며 "처벌을 받더라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털어 놓습니다.

감금을 주도한 '윗선'은 캄보디아 카지노 단지에 있는 조선족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씨는 돈을 구해 납부한 뒤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박씨는 JTBC가 보도한 '유흥업소 납치 사건'의 모집책이기도 했습니다.

"계좌이체를 도와주면 1300만원을 챙겨주겠다"며 한국 여성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한 겁니다.

이처럼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는 조직에서 일하던 인물이 한순간에 감금, 폭행을 당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그런 박씨가 결국 숨진 건 마약 중독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갇혀 있다 풀려난 뒤 베트남을 방문했고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지난 7일, 국경지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지 1차 부검 결과는 약물로 인한 사망으로 별다른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경찰청은 사건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편집 김영석 취재지원 이재훈]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