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 전기 아껴쓰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앵커]
귀중한 유물들을 잘 보존하려면 온도와 습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조선 왕실의 기록물이 대거 보관된 장서각이 항온, 항습 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 때문입니다.
이희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21만 점 넘는 고문헌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입니다.
[옥영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관장 : ('입학도설' 간행 연도가) 1425년, 올해로 치면 600년이죠. 교육학 쪽에서는 이걸 '최초의 교과서'일 수도 있다.]
동의보감, 월인천강지곡 등 보유하고 있는 국가지정유산만 500점 가까이 됩니다.
훼손된 고문헌들은 최대한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합니다.
[옥영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관장 : 보존 처리 기술로 종이를 덧대고 메움을 하고 해서, 산화를 최소화해서 중성으로 만든 그런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런 유산들을 제대로 보존하려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항온·항습 기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연구원 수장고에선 항온·항습 설비가 하루에 6~8시간만 돌아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옥영정/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관장 : 항온·항습이 제대로 안 됐을 때 열화가 아주 급속하게 진행되는 거죠. 열화가 진행되면 산성도가 높아지고, 책이 이렇게 바스라집니다.]
한국고전번역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24시간 가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입니다.
전기요금 몫의 예산이 부족한 탓입니다.
게다가 연구원은 교육부 산하기관인데, 저렴한 교육용 전력 대신 20% 더 비싼 일반용 전력을 쓰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김준혁/더불어민주당 의원 : 귀중한 역사 유물들을 보존하고 있는 공간에서 돈이 없어서 24시간 가동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항온·항습을 통해서 한다면 1천년 이상 갈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유물들인데…]
훼손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예산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영상취재 이학진 황현우 영상편집 임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