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경쟁사 2곳 제안서 분석했더니
[앵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삭감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계엄 선포 이틀 뒤 석유공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또다시 법률 자문을 구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이 프로젝트가 문제될 걸 계산하고 미리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됩니다.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삭감을 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언급했습니다.
[윤석열/전 대통령 (2024년 12월 3일) :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사업) 등 4조1천억원을 삭감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그런데 석유공사가 대형로펌 두곳에 법률자문을 맡긴 시점이 이 발언 직후였던 걸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법인세 미납으로 법인 자격이 박탈된 분석업체, 액트지오와 계약을 맺은 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 검토하기 위해서입니다.
석유공사 측은 반년 전 액트지오 대표까지 한국에 불러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공교롭게 계엄 이틀 뒤 또다시 법률자문을 구한 겁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앞서 추가 자문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문서만 이때 발송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은 또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와 경쟁한 글로벌 석유개발사 2곳을 탈락시키며 "심해 탐사용역 책임자 경력이 부적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경쟁사 제안서를 전문가와 함께 분석한 결과,
"슐럼버거와 베이커휴즈사 모두 용역 수행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특히 슐럼버거가 써낸 담당자 19명의 평균 경력은 20년 이상, 35년 이상 경력자도 3명이나 있었습니다.
[최경식/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경력 35년 된다고 하면 심해 분야에 최소한 10년 이상 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탈락시킬만한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또 베이커휴즈사의 탈락 사유였던 '최근 5년간 국내 용역 경험' 역시 특정 업체만 충족할 수 있는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액트지오가 140억 배럴이라는 황당한 결과를 발표했던 건 석유지질학적 유망성 평가에서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
[영상취재 정상원 유연경 영상편집 강경아 영상디자인 유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