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작 '키메라의 땅' 들고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현실과 비슷해, 사람들이 잘 모를 뿐"

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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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8.31. 오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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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은 겉보기에 SF소설…'유전자 조작' 실제로 이뤄지고 있어"
"클래식 공연 낭독자로 참여…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예술의 열쇠"
"10년 뒤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선사해 드리고 싶어"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안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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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늘 더 나은 미래를 그리려 한다'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랑받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를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안녕하세요.]

[앵커]

안녕하세요. 한국에 자주 오셔서 한국어도 그동안 좀 느셨을 것 같은데, 혹시 제일 좋아하는 표현이 따로 있으신가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앵커]

Merci beaucoup (감사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그게 가장 중요한 말인 것 같거든요.]

[앵커]

한국에 오면 혹시 가장 기대되는 게 있으시나요? 음식이라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한국 음식은 다 좋아하는데 김치랑 비빔밥을 특히 좋아합니다.]

[앵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꾸준히 책을 내고 계시잖아요. 혹시 좀 힘들거나 잘 안 써져서 고민이 된다거나 하는 순간들도 있으셨을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저는 매년 두 권씩 쓰는데 사실 그중 한 권만 출간합니다. 열여섯 살 때부터 아침이면 매일 4시간 반 동안 글을 써왔고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마 글을 쓰지 않는다면 저는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앵커]

최근에 신작 '키메라의 땅'이 나왔는데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혼합한 새로운 인류 '키메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인간과 동물의 혼종을 다뤄봐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신 계기가 있나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저는 작가가 되기 전에 과학전문기자로 일했습니다. 당시 인간과 돼지의 유전자를 혼합해 이식용 장기를 만들어내는 연구에 관해 기사를 쓴 적이 있었는데요. 제 소설 <키메라의 땅>은 겉보기에 SF소설 같지만 사실은 현실과 아주 비슷합니다. 그때도 지금도 인간과 동물을 섞는 유전자 조작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다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뿐이죠.]

[앵커]

작품 안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박쥐, 돌고래, 두더지가 등장을 하는데 날아다니는 인간, 물속에서 살 수 있는 인간, 땅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 이 세 가지 중에 실제로 작가님한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뭘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저는 하늘을 나는 인간을 고를 것 같아요.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행위 자체가 곧 순수한 자유의 체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하늘을 날면 높은 곳에서 세상을 굽어볼 수 있고요. 작가라면 모름지기 SF 작가라면 더더욱 그렇겠지만 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세상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하늘을 날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앵커님은 어떤 능력을 고르시겠습니까?]

[앵커]

저도 날아다니는 거요. 저는 실제로 어렸을 때 꿈이 날아다니는 거였고 맨몸으로. 그리고 자다가 꿈을 그러니까 날아다니는 꿈을 꾸면 깨기 싫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이라 저도 날아다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공존'이라고 하셨는데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신다면 어떨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저는 인간이 자연과 단절되었다고 봅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다 보니 마침내 적이 돼버린 거죠. 우리는 야생도, 숲도 다 파괴해버리잖아요? '키메라의 땅'을 쓸 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서로 잘 지내려면 우리 안의 동물성과 다시 연결돼야 하고 그렇게 될 때 자연과도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요.]

[앵커]

이 소설을 토대로 한 클래식 공연에 낭독자로 참여를 하기도 하셨어요. 클래식 공연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셨을 것 같은데 독자들을 만나는 거랑은 또 다른 느낌이셨을 것 같거든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음악은 번역이 필요 없는 언어이고 곧바로 마음을 울립니다. 그래서 목소리와 음악이 합쳐지면 작품의 메시지가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겐 정말 특별한 경험이고 수락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낭독을 하면 이야기가 되고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면 영화의 감정과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관객은 각자 고민을 안고 공연장에 오지만 공연 속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아름다움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되죠. 즐거움이 바로 예술의 열쇠 아닐까요?]

[앵커]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고 말하실 만큼 애정을 많이 갖고 계신데 실제로 한국 역사를 공부하고 계시다고도 하고 인상 깊었거나 마음에 많이 남은 순간이 있나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봤는데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기술 면에선 새로운 배를 만들어냈고 전략 면에선 적은 수의 함선으로도 일본군을 물리쳤고 또 용기 면에서도 탁월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역사 속에서 주변의 매우 거칠고 호전적인 이웃 나라들과 끊임없이 문제를 겪어왔잖아요. 그럼에도 끝내 저항하며 살아남았기에 저는 한국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한국인들의 용기가 가장 와닿았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좀 인상적이었나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한국인이 겪어야 했던 고난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는 '회복탄력성'이라고 봅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전쟁이나 제주 4·3사건 같은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온 저력이 있습니다. 끔찍한 시련을 이겨내고도 한국인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힘과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건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저는 이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아 마땅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작가로서 늘 이제 미래시대를 고민하고 계신데 작가님께서 그리시는 10년 뒤 '나의 모습'도 있나요? 언제까지 계속 글을 쓰겠다던가 이런 계획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 제 미래요? 10년 뒤에도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이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같은 주제로 비슷비슷한 책을 내는 겁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국 독자들과 계속 연결되어서 '에이 뭐야, 또 같은 책을 썼네?'라는 반응이 아니라 '이번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구나!'라는 놀라움을 선사해 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네. 앞으로도 독창적인 작품으로 우리를 계속 놀래켜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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