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육박' 폭염에도 휴식은 없다…비닐하우스 안의 외국인 노동자

이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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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관리·감독 사각지대 "실태 파악 어렵다"

[앵커]

이렇게 폭염의 기세가 강해지고 있는데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합니다. 내부 온도가 50도 가까이 올라도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길 옆으로 비닐하우스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 안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자만 쓴 채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오후 2시 30분, 하루 중에서 가장 무더운 시간대입니다.

현재 기온은 어떤가 살펴보니까요. 35도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열화상카메라로 찍어보니 바닥은 50도 가까이 됐고, 내부는 44도를 넘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지켜본 오후 내내 이들은 한 번도 쉬지 못했습니다.

인근 비닐하우스의 노동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했는지, 사업주가 휴식 시간은 줬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베트남 출신 노동자 : {오늘 일은 몇 시부터 하셨어요?} 몰라. {안 더워요, 선생님?} 몰라.]

온열질환자의 약 15%가 논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데, 열을 식힐 공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 노동자가 2시간마다 20분 이상 꼭 쉬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농가가 많고, 여기저기 퍼져 있는 탓에 관리·감독을 피하기 쉽습니다.

[김달성/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농장주들의 경계가 심해서 실태 파악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휴식 공간이 없어도 요구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김달성/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와의 관계가 철저한 주종 관계이기 때문에, 폭염 시에 노동을 시켜도 문제 제기를 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항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정부는 매년 안전 책자를 언어별로 배포하고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더위 속에 방치된 외국인 노동자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영상취재 김대호 영상편집 박주은 영상디자인 김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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