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경험 있어서 알잖아"…이탈리아 뒤집은 성폭행 무죄 판결, 3년 만에 반전

이준흠 기자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안코나 항소법원 홈페이지]

이탈리아 마체라타 지역에서 17살 외국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1살 남성 A씨에게 항소심 법원이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내려 논란이 됐던 판결이 3년 만에 뒤집힌 것입니다.

현지시간 22일 이탈리아 AGI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안코나 항소법원은 지난 2019년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 원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유학을 위해 마체라타에 왔던 외국인입니다.

당시 친구 한 명과 함께 다른 두 남자를 만났다가, 친구가 이 중 한 남자와 자리를 뜨면서 A씨와 단 둘이 차에 남게 됐습니다.

이때 A씨가 피해 여성을 성폭행한 것입니다.

당시 1심 법원은 "피해 여성이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어, 상황이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 "당시 저항하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댔습니다.

하지만 피해 여성과 변호인은 "어떤 접촉도 원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며 "심지어 그를 주먹으로 때려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무죄 판결을 두고 이탈리아에서는 거센 비판이 일었습니다.

국회의원 로라 볼드리니는 "오직 '네'만이 '네'라는 것, 또 여성이 폭력 상황에서 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부족하다"며 "때로는 두려움과 고통에 마비돼 폭력에 맞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피해자가 피고석에 서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에 검찰 측은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며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는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관계의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한 동의가 있어야 폭력이 아니지만, A씨는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논리를 폈고, 항소심 법원은 이를 받아 들였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인 파비오 마리아 갈리아니는 "이번 판결로 우리는 중세로 후퇴했다가 다시 2025년으로 돌아왔다"고 환영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 마우로 리초니와 브루노 만드렐리는 "정황 증거에만 근거한 판결"이라며 "피해자가 신고하 전에는 신체에 외상 흔적도 없었다. 여러 모순이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이탈리아 #성폭행 #판결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