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 내부에는 함구…"美 고강도 자극 피한 것"

최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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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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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등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엔 보도 없어
APEC 계기 '긴급 회동' 가능성에 선 그으면서도 '대결' 구도는 피해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오전 8시10분쯤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밝혔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며 지난 5월 8일 이후 167일 만이다. 2025.10.22/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23일 '제한적으로' 그 내용을 공개했다. 대외적으로는 발사 사실을 공표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이를 숨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발사를 참관하지 않았다. 이같은 방식은 북한이 나름의 수위를 조절하는 '로키'(low key) 보도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미사일총국은 22일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북동 방향으로 발사된 2개의 극초음속비행체는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등판의 목표점을 강타했다"라고 전했다.

이날 통신은 '중요 무기체계' 시험을 했다면서도 그 무기의 이름을 밝히거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공개된 사진으로 봤을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화성-11형'(KN-23)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장착한 '화성-11마'로 추정된다. 대남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이는 '화성-11마'는 이달 초 열린 무기전시회 '국방발전-2025'와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 열병식 때 공개된 바 있다.

그런데 북한의 보도는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조선중앙TV에도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북한의 특성상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리는 보도는 주민들이 볼 수 없다.

북한이 이같은 행보를 보인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신형 무기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해 여러 성능을 시험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미사일의 경우 완성을 위한 시험발사는 필수고, 북한의 미사일 활동 대부분은 한미의 감시망에 포착되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이를 숨기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제한적 보도를 했을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엔 신형 무기체계를 완성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이를 가동하는 이벤트를 연 뒤 모든 매체를 동원해 신형 무기의 성능과 개발 함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곤 했다. 그 때문에 '화성-11마' 역시 연내 추가 발사와 김 총비서의 참관이 이뤄진 뒤 전 주민들에게 성과를 선전하는 보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화에 선을 그으면서도, 긴장의 톤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전날 미사일을 발사하자 APEC을 앞두고 제기된 미국과의 '긴급 회동'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시에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은 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사일 발사 목적을 "자체 방위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가 참관하는 핵무기 관련 동향은 주민들에게 외부에 호전적인 관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날 보도가 대외용 매체에만 보도가 된 것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미국이나 한국을 향한 호전적인 기조를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자극'이 필요했다면 김정은 총비서의 참관 하에 ICBM이나 중거리급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나 주일미군 등을 직접 겨냥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대미 압박 의도는 있지만 자극을 피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다. 북한이 가장 최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5월 8일로, 당시 북한은 화성-11형 등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서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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