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불 대미투자 절충안 모색…APEC 계기 정상회담서 최종 담판 주목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정부 협상단이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을 위해 다시 미국을 방문한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막판 의견 조율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21일 출입기지단 공지를 통해 김 정책실장이 22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실장은 앞선 방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했는데, 사흘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전날(20일)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동행한다.
김 정책실장과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 조달 계획 등에 대한 우리 정부 측 입장을 전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막판 의견 절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단은 앞선 방미 기간 이뤄진 미국 측과의 협상 결과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협상 전략 등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의 미국 급파는 한미 관세협상이 막바지에 왔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논의의 핵심은 한국 측 투자금 조성 방식과 관련된 '유연성'으로, 당초 미국 측은 일본과 유럽연합(EU) 사례처럼 '선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전날 인천공항 귀국길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찾기 위해 마지막 움직임에 있다"며 "미국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한국의 외환시장에 대해서 부담을 주는 선에서는 안 된다는 양측의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그간 우리 정부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주요 협상창구로 소통해온 만큼 김 정책실장과 김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도 러트닉 장관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의 '톱다운' 담판 가능성이 커진 만큼 남아 있는 쟁점 이견 조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정책실장은 앞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대부분 쟁점에서 상당히 의견 일치를 보았지만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 1~2가지가 있다"며 "이후 우리 부처와 깊이 있게 검토해 우리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추가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서명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MOU 체결에 선을 긋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정상 간 큰 틀의 합의 이후 최종 타결 시점은 APEC 이후가 될 거란 전망도 있다.
이와 함께 핵 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도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자력 협정 개정은 논의 중이지만 협상이 완료돼 (합의문에) 포함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