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최우선 가치…조직 전면 재설계"
(서울=뉴스1) 김도엽 신민경 정지윤 기자 = '강남 다주택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며, "한두 달 내 정리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이유로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원(금소원) 신설은 무산됐지만,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조직은 전면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초구 다주택자'인 이 원장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 대출과 집값 상승 악순환을 잡겠다고 밝힌 이 원장이 실제로는 다주택자라 위선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참여연대 시민단체 활동할 때도 고위공직자 임용 시에 다주택자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초고가 지역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권을 향해서 부동산 부분의 자금 쏠림을 개혁하라고 강하게 주문하고 있음에도, 내로남불 원장의 리더십이 과연 시장에 먹히겠나"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두 채를 보유 중이다. 지난 2002년 매입 후, 2019년 12월에도 같은 아파트 내 한 채를 추가 구입했다. 모두 배우자와 공동명의며, 현재 호가는 19억~22억 원 선에 형성돼있다.
이 원장은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은 한두 달 내 정리할 것"이라며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 대가로 약 4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원장의 재산을 두고 야당 의원과 공방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이 400억 원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냐고 묻자 이 원장은 "금융기관에 대부분 있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라 현재까지 정확한 재산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11월 인사혁신처가 금감원장 등 현 정부에 임명된 주요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할 예정이라, 이때 정확한 재산 규모가 공개된다.
다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공직윤리시스템 접속이 중단돼 현재 모든 재산 등록 의무자의 재산 등록이 불가한 상황이다. 민중기 특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만료돼 추가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민중기 특검은 비상장주식 '네오세미테크' 1만 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상장폐지 직전 이를 매도해 억대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대주주는 민 특검과 대전고·서울대 동창·동기여서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해당 사안은 2010년에 이미 조사가 이뤄져 13명의 위규 사실을 확인하고 고발 및 검찰 통보 조치를 했다"며 "다만 공소시효가 오래전에 끝나 금감원이 감독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감독원이 보유한 모든 기능이 금융소비자 보호 목표를 실현하는 데 온전히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재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 사태 등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보안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함께 관련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실적 중심의 성과보상체계(KPI)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최근 900억 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전액 손실을 낸 '벨기에 펀드' 등에 대해 "가족한테 팔 수 있는 상품인지 점검·설계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내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감에선 시장의 관심이 쏠린 '스테이블코인'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법'을 마련 중으로, 이 원장은 내년 1분기까지 최대한 빨리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다"라며 "모든 영역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감독·검사해야 하는데 미비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올해까지는 어렵겠지만 내년 상반기 (또는) 1분기까지는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정무위에 입법 내용을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전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신설도 검토한다. 현재 금융위, 금감원 모두 특사경을 두고 있으나, 모두 불공정거래 등 '증권 분야'에 한정돼 있다.
이 원장은 "민생금융범죄 관련 업무를 이번 조직개편에서 대폭 강화하겠다"며 "그 일환으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특사경을 신설, 직접 조사 및 수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관련 법안도 올해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무과실 배상책임 조항을 신설하기 위한 입법 보완 작업을 금융위와 협의해 진행 중이며, 연내 법안 발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