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갭투자와 다르다" 주장…업계 반응 '싸늘'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정부 출범 직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아파트를 매도하고, 매도한 집에서 다시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관은 이번 거래를 통해 차관 발탁 직전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을 뿐만 아니라 약 5억 원의 시세차익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배우자인 한 모씨는 지난해 7월 백현동 아파트를 33억원에 사들인 뒤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는 것으로 나타나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논란도 일고 있다.
이 차관은 최근 "돈을 모아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 "전세 물량 부담은 있겠지만 월세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 원성을 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의 차관이 갭투자를 통해 '똘똘한 한 채 전략'을 실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 차관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 전용 84㎡(13층)를 2017년 8월 6억 4511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6월 7일 이 모 씨 외 1명에게 11억 4500만 원에 매도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7월 31일 완료됐다. 이 차관은 매수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배우자인 한 모 씨는 지난해 7월 29일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9층)를 33억 5000만 원에 사들였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12월 19일 완료됐으며, 그 사이 10월 5일 14억 8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임대차 계약은 지난해 12월부터 내년 12월까지 2년간 유효하다. 올해 6월 같은 단지 같은 면적 고층은 40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현재 최고 호가는 42억 원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관이 실거주 목적으로 백현동 아파트를 매입했으나, 집을 사고 팔고 입주·퇴거 시점을 맞추기 어려워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갭투자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배우자가 더 큰 면적으로 이사하려고 아파트를 계약했으나, 고등동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 가는 상황에서 전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놓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는 이번 거래를 전형적인 갭투자로 보고 있다. 경기도 소재 A 공인중개사는 "고등동 아파트 매도 시점만 보면 고위 공직 임명을 예상하고 거래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이 지역 대장주 아파트로, 해당 거래는 '똘똘한 한 채'를 산 것으로 평가된다"며 "더욱이 매도한 집에서 다시 전세로 거주하는 방식은 통상적인 거래와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주·퇴거 시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를 끼고 거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갭투자로 보는 시선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번 사례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의 발언을 두고 온라인 상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집값이 연봉의 수십배인데 언제 돈 모아서 집을 살 수 있냐"거나 "전세를 없애면 주거 부담이 커지는데, 그 상황에서 돈은 어떻게 모으냐"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