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재는 불참…대신 자민당 핵심 간부들 참배 주도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NHK 방송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에 맞춰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真榊)라고 불리는 비쭈기나무 화분을 바쳤다.
이시바 총리는 2024년 10월 취임 이후 봄·가을 예대제에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보내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시바 총리의 공물 봉납을 "개인 입장에서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정부의 공식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시바 내각의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과 기우치 미노루 경제안보담당상도 각각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같은 날 오전 일본 국회의원 64명은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으로 참배했다.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된 이들은 매년 봄·가을 예대제와 8월 15일 패전일에 맞춰 단체 참배를 해 왔다.
이 모임에는 집권 자민당뿐 아니라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참정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했다.
정당 대표로는 극우 성향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장관급 각료의 직접 참배는 없었다. 하지만 도시 히로유키 총무성 부대신, 오구시 마사키 경제산업성 부대신, 다키나미 히로후미 농림수산성 부대신 등 차관급 3명이 단체 참배에 동참했다.
자민당 차원에서는 다카이지 사나에 총재 체제의 핵심 간부들이 참배를 주도했다. 후루야 게이지 선거대책위원장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재의 마음을 담아 참배했다"고 밝혔다.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은 다카이치 총재로부터 "내 생각도 명심해 참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사실상 대리 참배임을 시사했다.
자민당 내 대표적인 강경 우익 인사인 다카이치 총재는 각료 시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거르지 않았으나, 총리 선출을 앞두고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참배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일본 고위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행위로 간주돼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