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수도권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 실종이 심화되면서, 월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2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지난 17일 기준 2만4418가구로 1월 초(3만1814가구) 대비 23.2% 줄었습니다.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오르며 37주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25개 자치구 모두 전셋값이 올랐습니다.
서울 전역을 포함해 경기 과천·성남(분당) 등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본격 지정되면서 이 지역들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됩니다. 아파트나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 주택을 구입하면 ‘2년간 실거주 의무’도 부여됩니다. 최소 2년간 전세 매물로 나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나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전세 물건을 찾는 1주택자의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습니다. 오는 29일부터 1주택자가 수도권에서 전세 대출받을 경우 이자 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1주택자의 전세 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줄인 데 이은 조치입니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9.7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5년 전인 2020년 9월(92.1)과 비교하면 40.8% 뛰었습니다. 경기와 인천 월세지수도 지난달 각각 129.2, 134.8을 찍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이 아닌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수백만 원대 고가 월세 계약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스페이스본 전용 97㎡는 지난 14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60만원에 계약됐습니다.
최근 2년 내 이 단지의 동일 면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마포구 공덕더샵은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84㎡가 보증금 4억원, 월세 300만원에 이달 거래됐습니다. 현재 전월세 전환율 4.25%를 적용해 순수 월세(보증금 0원)로 환산하면 400만원이 훌쩍 넘는 조건입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도 20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 계약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노원구 포레나 노원 전용 84㎡는 지난 13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80만원에, 강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84㎡도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에 각각 거래됐습니다.
서울의 경우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하며 입주 절벽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초광역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서울 및 인접 지역에서 사상 최악의 전월세난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 제외)은 2026년 1만7687가구, 2027년 1만113가구, 2028년 8337가구로 전망됩니다. 직전 3년(2023∼2025년) 평균인 2만9172가구에 비해 최소 1만 가구 이상 적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추산하는 서울 적정 입주 물량인 4만6000가구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