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편성된 '노후긴급자금 대부제도'(실버론) 예산 380억원이 7개월만에 소진되면서 250억원을 추가로 긴급 편성했습니다.
실버론 신청 대상은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로, 올 3분기 기준 2%대 금리에 최대 1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생활비 용도로는 신청할 수 없고 '급전'이 필요할 때만 가능한데,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월세 보증금 마련이 약 237억원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고, 의료비가 약 106억원, 배우자 장제비가 4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실버론은 소득원이 마땅치 않은 고령 은퇴자들 입장에서 10%대 고금리 카드론을 받지 않는 이상 저금리로 급전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입니다.
그럼에도 실버론은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예산 조기소진으로 사업이 중단됐고, 그때마다 증액하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왔습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예산을 447억원으로 편성했지만 11월 조기소진됐고, 그럼에도 이듬해 예산을 422억으로 줄인 뒤 9월에 모두 소진됐습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예산을 15% 감액한 데다 지난해 중순부터 기초생활수급자까지 대출대상을 확대하면서 소진시점은 더욱 앞당겨졌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건 실버론의 애매한 제도적 지위 때문입니다.
실버론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 일부를 활용하기 때문에 예산 증액 여부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결정되지만 실질적으론 복지부의 긴급복지 정책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노후 연금재원 지속가능성이 최우선 목표인 운용위원회 특성상 별도의 사회안전망인 '실버론'과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버론은 '강제 저축'이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에 상당히 반하는 대출형태"라며 "지금처럼 완화된 기준에서 전월세보증금 등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니 사실상 선착순으로 받는 셈인데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