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도 한숨…관심은 하이브로
산업 내 ‘자본시장 리스크’ 드러낸 사건들
투자와 공시 관행, 새로운 법 해석 시험대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이목이 하이브로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도 법리적 판단에 대한 해석 여지를 넓혀줄 수 있어서다.
김 창업자와 방 의장은 SM 인수를 두고 한때 맞섰지만, 지금은 엔터 산업 내 ‘자본시장 리스크’를 상징하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김 창업자 사건의 판결 요지 검토에 나섰다. 투자 과정에서 엔터 업계의 주식 매매 방식과 시장 개입 행위의 판단 기준과 새롭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은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카카오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다’는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매수 비율, 간격, 물량 주문 등 모두 살펴봐도 매매 양태가 시세 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1심 판단이 뜻밖의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이브가 처음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에 나섰고, 이후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으로 공개매수를 선정하자 당시 SM 주가가 떨어지려고 하면 튀는(오르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개입해 주가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고, 이런 정황이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부담을 덜게 됐다. 카카오엔터는 ‘회사에서 일어난 범죄는 회사도 책임을 진다’는 원리인 양벌 규정에 따라 주가 인위적 조작·공개매수 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제 업계 관심은 하이브로 향하고 있다.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주식 상장 계획이 없다고 말한 뒤 특정 사모펀드 측에 지분을 팔게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실제 상장 절차가 진행되자 사모펀드 측은 주식을 매각했고, 방 의장은 사전 계약에 따라 차익의 일부인 19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두 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한 뒤 법리를 검토하는 중이다.
방 의장 사건 핵심은 상장 시기를 속였는지, 계약에 따른 차익 실현이 법적 문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자본시장 신뢰 훼손을 둘러싼 논점이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김 창업자 사건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피해자가 없고, 상장 계획도 경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사정이 기소나 유무죄 판단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창업자와 방 의장 사건은 엔터 산업 특유의 경영 구조 속에서 시장 자율성이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두 사건이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향후 엔터 산업 내 투자와 공시 관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가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활발히 투자와 지분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며 “두 사건은 사업적 판단과 불법 행위 경계를 가르는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과거에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거래와 논란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엔터 업계에서도 경영과 투자 판단 과정에서 보다 유연한 법 해석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