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과 가성비 앞세워 소비자 공략
‘다이소 패딩조끼(5000원), 이마트 니트(9900원)’.
유통업계의 의류 판매처와 상품이 다양화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 균일가 판매점 다이소, 편의점까지 뛰어들었다. 자체 브랜드(PB) 옷을 만들거나, 패션 전문 기업과 협력해 전용 매대를 구성하는 식이다.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형 의류를 의류 전문 매장보다 싸게 파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우는 게 특징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의류 PB ‘데이즈’(DAIZ)를 통해 9900원짜리 ‘The 부드러운 니트’를 출시했다. 2023년만 해도 1만원대에 판매되던 상품이었지만, 작년부터는 해외 생산업체와 직접 계약해 원가를 절감, 판매가를 38% 낮췄다. 작년에 여성용 니트를 출시한 후 여성 의류 매출이 18% 증가하는 등 반응이 좋아 올해는 남성용 니트와 플리스 집업 점퍼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했다. 이달 말 열리는 신세계그룹 최대 쇼핑 행사인 ‘쓱데이’ 기간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의류 PB ‘F2F’를 통해 플리스 재킷과 조끼, 속옷 등을 내놨다. 대표 상품은 오리털 경량 조끼로 가격은 2만9900원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바람막이 점퍼류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플리스 집업과 조끼는 매출이 약 6% 늘었다. 작년에는 전체 의류 매출이 약 9%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바지류 46%, 점퍼류 10%, 스웨터류 13% 등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편의점도 의류 구색을 늘리고 있다. 초기엔 양말, 속옷 등 비상시 입는 의류만 취급했으나, 최근엔 고급 의류까지 확대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 첫 의류 PB 상품으로 ‘세븐셀렉트 티셔츠’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캐시미어 혼방 니트를 3만2000원에 내놨다. 캐시미어(5%)와 모(5%)를 비롯해 폴리에스터와 아크릴이 혼방된 상품이다.
회사 측은 “4월 의류 상품 출시 후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작년보다 2배로 증가했다”며 “편의점이 생활 플랫폼으로 도약 중인 만큼 고급 소재인 캐시미어가 함유된 의류 상품까지 기획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GS25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해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상품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주 소비층인 10~30대와 소비층이 겹치는 무신사와 손잡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재킷과 팬츠·티셔츠·벨트·속옷·양말 등을 판매하는데 최근 2주간(10월 7~20일) 매출이 출시 초기(3월 5~18일)보다 187%가량 증가했다. 반소매 티셔츠와 양말, 속옷, 바람막이 재킷 등이 인기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5000원짜리 맨투맨과 후드 티셔츠 등을 선보여 ‘초가성비 의류 열풍’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이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의류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업계에선 유통업계가 전국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접근성’과 대량 생산을 통한 ‘가성비’를 앞세워 새로운 수익 창출을 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불황에 따라 의류 소비가 양극화한 것도 기회로 작용했다. 과거엔 브랜드 이미지를 따졌지만, 최근에는 생필품은 싼 걸 사고 개성을 살리는 상품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편의점이나 다이소에서 옷을 사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도 의류 매출이 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 추산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지난해 의류 매출은 약 97억달러(약 13조7937억원)로, 2019년(70억달러)과 비교해 40%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4% 수준이다. 코스트코는 PB ‘커클랜드 시그니처’를 통해 만든 의류와 함께 갭, 컬럼비아 등 유명 브랜드의 재고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