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8만㎡ 대지에 9조원 투입… 완공 앞둔 석유화학 최대 프로젝트 ‘샤힌’

정미하 기자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에쓰오일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 예정”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m의 프로필렌 분리타워(사진 중간 흰색 기둥),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앞 4개 기둥)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에쓰오일 제공

지난 21일 울산통도사역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30여 분을 이동하자 울산 울주군 온산읍 소재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에쓰오일(S-oil) 온산공장 정문이 나왔다. 그곳에서 차로 10여 분을 더 들어가면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 전망대가 나온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입한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축구장 123개를 합친 크기인 약 88만㎡(약 26만6700평) 부지에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스팀 크래커(Steam Cracker), 폴리머 공장, 저장 시설이 들어선다.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2018년 6월. 그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2023년 1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 15일 기준 전체 설계·구매·건설(EPC) 공정의 85.2%를 완료했다. 시공 공정률은 73%다.

샤힌 프로젝트 건설 완료 예정 시점은 내년 6월이다. 첫 삽을 뜬 지 42개월 만이다.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 프로젝트 건설공사 현장실장은 “설계 기간을 빼면 실제 시공은 30개월로, 완공까지 8개월이 남았다”며 “예정대로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완공 후 생산 제품의 수율과 품질 등 가동 안정화를 점검하는 시험 운전을 거쳐 내년 하반기 중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 프로젝트 건설공사 현장실장이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미하 기자

아람코 원천 기술 도입한 TC2C, 세계 최초 상업 가동 예정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은 생산 공정과 설비에 따라 패키지 1·2·3으로 나뉜다. 기존 에쓰오일 온산 콤플렉스에 인접한 약 48만㎡ 부지에는 패키지 1과 패키지 3이 있다. 패키지 1에는 TC2C와 스팀 크래커, 3에는 저장 탱크가 건설 중이다. 패키지 2는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5㎞가량 떨어진 울주군 당월 지역에 있다. 패키지 2 규모는 약 40만㎡로 폴리머 공장이 들어선다.

TC2C는 기존 원유 정제 시설과 비교해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했을 때 나프타(납사) 등 석유화학 원재료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정이다.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천 기술이 도입됐으며,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업 가동될 예정이다. 석유화학 원재료를 기존 원유 정제 시설보다 3~4배 많이 뽑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팀 크래커는 나프타·LPG·부생가스 등을 850℃의 열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으로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TC2C는 물론 기존 원유 정제 시설에서 생산한 나프타·LPG 등의 석유화학 원료를 스팀 크래커에 투입해 에틸렌을 생산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 크래커는 연간 180만톤(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스팀 크래커의 핵심 장치인 크래킹 히터 10기 중 4기는 모듈 설치까지 완료했다. 나머지 6기는 연내 모듈 설치가 완료된다. 스팀 크래커의 높이는 68m에 달한다.

저장 탱크는 21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저장 탱크에는 패키지 1에서 생산된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제품이 담긴다. 이후 폴리머를 생산하는 패키지 2로 파이프를 통해 이동한다. 폴리머 공장에선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에쓰오일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에쓰오일 제공

울산·온산 다운스트림 업체와 계약 막바지… “배관 공사도 병행”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에틸렌 180만t, 프로필렌 77만t, 부타디엔 20만t, 벤젠 28만t 등의 기초 유분이 생산된다. 이 중 대부분의 에틸렌은 폴리머 공장에 원료로 투입돼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 소재를 만드는 폴리에틸렌 생산에 쓰일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서 소비하고 남은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은 울산 석유화학 공단에 있는 국내 석유화학 다운스트림(에틸렌·프로필렌 등을 활용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업체에 배관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석유화학 기업과 석유화학 원료 장기 공급 협약 체결을 위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와 함께 신규 배관망 등 인프라 구축 공사를 하고 있다”며 “샤힌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석유화학 원료를 배관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다운스트림 생산업체의 원료 조달과 물류비 절감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해외 고객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시장으로 석유화학 원료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출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망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정부, 관련 업계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