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수주 급감, 계약금 몰수되기도
현대ENG, 3분기 2000억 이상 손실 가능성
종합주가지수(코스피·KOSPI)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는 하락하고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수주 가뭄이 이어질 것이고, 외형 성장도 제약될 것이라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이다.
일부 건설사는 해외 사업장에서 건설 중인 사업장의 계약을 미이행했다며 받았던 계약금을 다시 몰수당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 8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주가를 보면 현대건설은 6만21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9.8%(6100원) 하락했다. DL이앤씨도 같은 기간 4만2350원에서 4만550원으로 4.2%(1800원)내렸다. GS건설(1만8670원→1만8260원·-2.1%)과 대우건설(3720원→3630원·-2.4%)도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이 기간은 코스피지수가 급등한 시기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7일 3748.89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3794.87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종가를 8월 29일 종가(3186.01)와 견주면 562.88포인트(17.6%) 상승했다.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 하락은 여의도 증권가의 암울한 전망과 관련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건설사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가장 많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린 곳은 DL이앤씨다. 9월 18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메리츠증권(10월 1일), 키움증권(10월 2일), KB증권(10월 13일)이 연달아 목표가를 하향했다. 다수의 증권사는 DL이앤씨의 수주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를 지적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3분기까지 대형 수주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도 “플랜트 부문의 수주가 거의 이뤄지지 못해 내년 해당 부문의 매출 감소가 클 전망”이라고 했다. DL이앤씨는 당초 올해 2조9000억원 규모의 플랜드 수주를 전망했다. 그러나 3분기까지 수주한 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다.
현대건설도 목표주가의 눈높이가 낮아졌다. 삼성증권이 지난달 목표가를 9만7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18.5% 낮췄다. 3분기 실적에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서 도급 계약을 미이행했다는 이유로 발주처가 계약 이행 보증금을 몰수하는 위기에 놓였다.
폴란드에서 짓고 있던 범용 플라스틱 생산 플랜트와 말레이시아의 전력 생산 플랜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본드콜(Bond Call)’이라고 한다. 2곳의 손실을 반영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3분기에만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폴란드 사업장은 2023년 8월 준공 예정이었는데 아직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본드콜이 요청돼 계약이행 보증금이 지급됐다”며 “말레이시아 사업장은 현지 법원에 보증금 지급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미분양 물량이 부담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지난 9월 18일 목표주가를 4800원에서 4200원으로 12.5% 조정했다.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주요 건설사들이 최근 2~3년 간 어려웠던 업황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하고 수익성 관리와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와중에 건설현장에서 잇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방침 등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최근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규제 확대가 건설사들의 먹거리인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건설주들의 주가 회복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