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내년부터 차기 해양 정보함을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한다. 해양 정보함은 해상에서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 등을 탐지하는 전투 지원함이다. 이 사업에는 함정 분야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방위사업청(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조치를 연장하면 HD현대중공업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내년부터 2035년까지 1조5800억원을 투입해 신형 해양 정보함 2척을 건조하는 해양 정보함Ⅲ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사업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으며 방사청은 발주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군은 2800톤(t)급 신세기함(1번함)과 3800t급 신기원함(2번함)을 운용하고 있다. 노후화된 1번함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의 사업이다.
신형 해양 정보함에는 정보 수집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무인 항공기(UAV·Unmanned Aerial Vehicle)뿐만 아니라 무인 잠수정까지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차기 해양 정보함 사업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본다. 신기원함과 신세기함 모두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고, 차기 해양 정보함의 개념 설계도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다수 함정을 건조해 왔던 만큼, 안전성 측면에선 HD현대중공업이 경쟁 업체보다 앞선 상황이다.
관건은 방사청의 보안 감점이다.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감점을 내년 12월까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8명은 2022년에, 1명은 2023년에 유죄가 확정됐다.
당초 방사청은 두 판결을 한 사건으로 보고 1.8점 감점을 부과하기로 했는데, 최근 내부 검토 결과 별개의 사안으로 보겠다며 내년 12월까지 1.2점의 감점을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1.8점 감점은 올해 11월 만료될 예정이다.
방사청은 보안 감점 연장에 관한 HD현대중공업의 의견을 듣고 최종 처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의견을 듣고 한 차례 더 검토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산 입찰은 통상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려 보안 감점 연장이 되면 HD현대중공업의 차기 해양 정보함 사업 수주는 어려워진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보안 감점을 연장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차기 해양 정보함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