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폭을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주택자금 수요가 몰리는 연말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도 있어 연말로 갈수록 대출 받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고, 지점당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낮췄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11~12월 영업점의 주담대·전세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 영업점에서 내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10억원이라는 뜻이다. 현재 주담대 한도가 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출 2건이면 영업점 한도가 끝나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말 실행분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대출모집법인을 통한 11월 실행분 접수를 마감했고, 12월 이후 실행분만 신청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은 11월 실행분은 한도가 모두 소진됐고, 12월 실행분은 아직 신청받지 않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미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목표치(1조6375억원)보다 20% 많은 1조9668억원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도 목표치 2조1200억원보다 많은 2조3202억원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8651억원으로 목표치의 95%, KB국민은행은 1조7111억원으로 목표치의 85%를 달성했다.
금융 당국이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는 내년 대출 한도를 깎는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어 은행들은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지난해 연말에도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비대면 창구를 닫은 바 있다.
더구나 이달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6483억원으로 9월 말(764조949억원)보다 1조5534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971억원으로 9월 말 일 평균 399억원의 2.4배 수준이다.
이 중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609조6945억원으로 9월 말보다 7097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103조8079억원에서 104조6842억원으로 8763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