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골드만삭스 ‘돈 잔치 중이지만 감원’… 월가 덮친 AI 칼바람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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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 투자은행, AI 전면 배치
지원 업무 자동화·인력 감축 가속

미국 월스트리트를 이끄는 대표 투자은행(IB)들이 인공지능(AI) 도입을 서두르면서,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올리는 와중에도 인력을 줄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 추가 감원을 공식화했고, JP모건체이스 신규 채용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AI가 촉발한 ‘고용 없는 성장’이 자본 흐름에 민감한 월가에서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표시된 골드만삭스 회사 로고.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CNBC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날 경영진 명의로 전 직원에게 메모를 보내 연말까지 인력 채용을 제한하고 일부 직무를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가진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운영 전반에 더 빠른 속도와 민첩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조직 운영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원GS 3.0(OneGS 3.0)’ 전략 일환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50억달러, 주당순이익 12.25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3분기 직원 보수와 수당 총액도 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급증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런 ‘돈 잔치’ 속에서도 감원을 선택했다. 솔로몬 CEO는 메모에서 “사업이 잘될 때도 신중하게 운영을 검토하고 미래를 위해 회사를 포지셔닝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가 단기적인 호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AI가 가져올 장기적인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원GS 3.0’ 전략에 따라 AI 기술을 신규 고객 관리, 대출, 규제 보고서 작성, 판매 지원 같은 업무 절차를 근본적으로 재설계(re-engineer)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B2PRIME 그룹 설립자 유제니아 미쿨리악은 뉴욕포스트에 “골드만삭스는 자동화와 AI 기반 프로세스를 활용하기 위해 인력을 재편하고 있다”며 “AI가 투자은행 업무 방식을 점진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2023년 골드만삭스 투자자의 날 행사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가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도 신규 채용 대신 AI에 힘을 주기로 했다. JP모건 역시 올해 3분기 순이익 144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그러나 전체 직원 수는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러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 후 “모든 사업 부문에 AI를 배치하면서 관리자들에게 신규 채용을 피하라는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역시 “AI가 일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영향을 받을 만한 직원은 재교육할 것”이라고 했다. CNBC는 익명의 JP모건 임원을 인용해 “AI 덕분에 JP모건이 앞으로 5년간 지원·운영 담당 직원을 최소 1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새 CEO 테드 픽 주도하에 전체 인력 2.5%에 해당하는 2000개 일자리를 줄이기로 했다. 씨티그룹은 제인 프레이저 CEO 지휘 아래 월가에서 가장 큰 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2년간 2만명을 감원해 2026년까지 연간 25억달러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투자은행 로고. /연합뉴스

월가 대형 은행들이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지식 노동 집약적인 금융업 특성과 관련이 깊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같은 업무는 상당 부분 자동화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내부 생성형 AI 도구 ‘GS AI 어시스턴트(GS AI Assistant)’를 개발해 수천 명 직원이 문서 요약, 보고서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 등에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로 백오피스(back office)나 미들오피스(middle office)로 불리는 운영·지원 직무부터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금융 기업들이 일상적인 기능에 A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5년 안에 업계 일자리 최대 2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변화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라는 새로운 경제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견고하게 성장하면, 미국 내 신규 일자리도 같이 늘었다. 하지만 AI가 생산성을 높이면서 GDP가 견조하게 성장해도 신규 일자리는 과거만큼 늘지 않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보이는 견조한 GDP 성장과 미미한 고용 증가는 앞으로 수년간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성장 대부분은 AI 발전이 이끄는 생산성 향상에서 비롯될 것이며, 인구 고령화와 이민 감소로 노동 공급 기여도는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달간 미국 고용 시장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 신규 채용은 순감소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미국 내 노동 시장을 ‘낮은 해고율, 낮은 채용률(low-hire, low-fire)’ 상태로 규정하며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와 소수자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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