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 간접 인상 가능성
종부세 수도권 편중 현상 심화 전망
임차인 전·월세가격도 오를 듯
정부가 조만간 새로운 부동산 대책 발표를 준비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 이뤄질 경우 전체 세액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종부세 편중 현상은 심화할 전망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곧 발표하는 세 번째 부동산대책에 공시가율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을 통해 종부세를 더 걷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앞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주에 공개하는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이 담기냐는 질의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답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종부세율을 직접적으로 상향하는 방식이 아니라 종부세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를 조정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60%에서 향후 80%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공동주택 기준으로 평균 69% 수준인 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상향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방안도 함께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공시가격에서 실제로 세금을 부과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시장가격)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뜻한다. 두 비율 모두 종부세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작용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높아지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상향되면 종부세, 재산세 상승과 함께 국민건강보험료까지 함께 오르는 등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종부세액을 결정하는 지표들이 상향 조정되면 수도권 종부세액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세청이 올해 2분기 공개한 지난해 기준 지역별 종부세액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는 2조1438억원의 종부세가 결정됐다. 이는 전국 4조4630억원의 약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천(1878억원)과 경기(8403억원)를 합친 수도권 총 세액은 약 3조1719억원으로 전국의 70% 비중을 차지했다. 전국 종부세는 2014년 252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1년 7조2681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과 함께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종부세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2022년 6조7198억원에서 2023년 4조1951억원으로 2조5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뒤 지난해 다시 4조463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3.25% 올랐고, 올해도 지난해보다 7.86%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종부세는 전년보다 늘어날 전망인 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이 이뤄지면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장원 세무법인 리치 대표 세무사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시세가 15억원인 주택의 공시가격 아파트를 현재 현실화율 69%,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해 산출한 과세표준은 6억2100만원이다.
그러나 내년에 이 주택 시세가 5억원 올랐다고 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79%로 10%포인트(p),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로 20%p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과세 기준 가격은 12억6400만원이므로 종부세는 2배가 된다.
이장원 세무사는 “종부세는 세율 자체가 누진 구조이기 때문에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늘어난 조세는 임대인들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전가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무주택자들도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