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급 800만원 보장’… 캄보디아 논란에도 수상한 동남아 구인 글 계속돼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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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구인·구직 사이트, 2년 가까이 버젓이 운영
중고 거래 플랫폼에도 “서류 배송에 40만원”

불법 구인구직 온라인 카페 '하데스카페'에 올라온 동남아 구인글 /하데스카페 캡처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현지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된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일종의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고수익 보장’을 내건 동남아 취업 홍보 글이 계속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가 아닌 다른 나라는 안전하다”거나 “지금이 오히려 안전할 때” 등의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환영합니다”라는 글도

14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여러 SNS와 온라인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동남아에서 텔레마케터(TM)나 서류 전달 등의 업무만으로 매달 700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구인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숙식 제공은 물론, ‘감금은 절대 없으며 외박도 가능하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최근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22)씨가 캄보디아에서 감금된 뒤 고문을 당해 숨진 사건을 의식해 구직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불법 구인·구직 사이트 ‘하데스 카페’다. 2023년 개설된 이곳엔 1년여 만에 1만8000여 건의 구인·구직 글이 올라왔다. 한 구인 글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라’는 제목으로 “주급 400만~500만원 보장. 정말 너무 힘들고 한국에서는 답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돈만 있다면 주변의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풀립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구인 글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보증금을 낸 이른바 ‘보증 업체’임을 강조하며 “요즘 시끄러운 캄보디아가 아닙니다. 100% 안전 보장된 태국 치앙마이입니다. 이 시국에 사고 치는 어리석은 짓 안 합니다”라고 적었다. 최근 발생한 사건을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이날 새벽에는 ‘미성년자 우대’를 내건 구인 글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한 업체는 “계좌에 1만4000원 있다”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글에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환영. 나이, 경력, 신용 무관. 필요한 건 몸과 간절함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하데스카페’뿐 아니라 합법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온라인 게시판 등에도 ‘캄보디아로 서류를 배송해 주면, 건당 40만원을 지급하겠다’거나 ‘캄보디아 프놈펜 근무 여직원 모집. 인생 리셋(reset)의 기회를 지금 바로 잡으세요. 고정 급여 800만~1300만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고 플랫폼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동남아 관련 구인구직글 /온라인 캡처

구인 글에 속아 캄보디아나 인접국으로 향하면 위험

그러나 이런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나 인접국으로 향하게 되면 납치·감금을 당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합숙소에 감금된 채 보이스 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등 범죄 행위에 강제로 동원됐다고 한다.

할당된 실적을 채우지 못하거나 도망치려다 발각되면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이 뒤따른다. 대학생 박모(22)씨도 지난 8월 이런 과정에서 고문으로 인한 고통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범죄의 온상이 된 사이트가 주소 한번 바꾸지 않은 채 2년 가까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은밀하게 접촉이 이뤄져 수사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고,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차단도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전날 경찰은 뒤늦게 관련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해외 메신저를 통해 은밀히 이뤄지는 접촉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낮은 국민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평균을 넘어선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구인 공고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구인 글에 혹하더라도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 있고 평생 귀국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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