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ICE’ 새긴 탄환 발견
美 공화당 “反이민 선동 중단해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수감자 1명이 숨지고,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 범인이 남긴 탄환에는 ‘ICE 반대(ANTI-I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국 정치권은 이 사건을 단순 총기 난사를 넘어선 정치적 테러로 규정했다. 정치 운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 이후 고조되던 정치 폭력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4일(현지시각) 폭스와 AB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쯤 댈러스 ICE 현장사무소에는 소총 총탄이 날아들었다. 총격범은 인근 건물 옥상에서 소총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시설에 있던 수감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쳐 위독한 상태다. 총격범은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ICE 요원 등 법 집행 인력 피해는 없었다.
연방수사국(FBI)이 현장에서 회수한 미사용 탄환 클립에서는 ‘ANTI-ICE’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곧바로 엑스(X)에 탄환 사진을 공개하며 “초기 증거 분석 결과, 이번 공격 배후에 이념적 동기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DHS) 역시 “ICE 법 집행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수사 당국은 범인 신원을 29세 남성 조슈아 얀으로 특정했다. 얀은 2015년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된 전력 외에 폭력 범죄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형 노아 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동생이 ICE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졌는지 몰랐다”며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보수 행동주의 단체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찰리 커크가 지난 10일 유타주에서 저격당해 숨진 지 2주 만에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좌파’를 배후로 지목했다. 23일에는 안티파(antifa·반파시스트)를 국내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총격으로 비화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임기 시작과 함께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 작전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 과정에서 ICE는 강경책을 집행하는 최일선 조직으로 주목받으며 진보 진영의 거센 비판 대상이 됐다. 이후 올해 7월에만 텍사스주 ICE 구금시설과 국경순찰대 시설에서 두 차례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등이 다쳤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이번 사건을 ‘법 집행 기관(ICE)에 대한 비판적이고 적대적인 발언이 폭력을 부추긴 결과’라고 규정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수개월 동안 우리는 누군가 죽어 나가기 전에 정치인과 언론에 ICE에 대한 과격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며 “이 총격은 극좌파들에게 그들 발언이 이런 결과를 나았다는 본보기”라고 비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엑스에 “법 집행기관, 특히 ICE에 대한 강박증에 가까운 공격은 그만 해야 한다”고 썼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으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나치가 아니다”라며 “서로를 악마라고 하지 말고 같이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폭력을 규탄하면서도 성급한 결론을 내지 말자고 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공동 성명에서 “미국에서 누구도 폭력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면서도 “위기의 순간 국가를 통합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릭 존슨 댈러스 시장 역시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이 많다”며 섣부른 추측 자제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