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전쟁 중단할 힘 있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을 희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가자지구 전쟁부터 멈추라고 압박했다.
23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평화 중재 노력을 자화자찬한 직후, 마크롱 대통령은 “그 상을 받고 싶다면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라”며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멈추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둘러싼 국제사회 입장차가 뚜렷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초기 밀월 관계였던 미국과 프랑스가 중동 해법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23일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프랑스 BFM TV와 인터뷰를 갖고 “(가자지구)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원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노벨 평화상은 이 분쟁(가자 전쟁)을 멈출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꼽았다. 그 이유로 ‘무기 공급’을 들었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할 수 없는, 미국만이 가진 강력한 지렛대를 사용해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해 가자 분쟁을 멈추게 하고, 인질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미국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두 정상은 특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를 놓고 의견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영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프랑스까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을 포함한 끔찍한 잔학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반박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오히려 합법 정부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입지를 강화해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방법”이라고 맞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 군사 작전이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최고 지도자들을 사살한 것은 큰 성과지만, 하마스 전투원 수는 예나 지금이나 전쟁 첫날과 같다”며 “하마스 해체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유엔 총회에서 두 정상은 중동 해법을 두고 뚜렷한 시각차만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브로맨스’로 불릴 만큼 가까웠던 두 정상 관계도 옛말이 됐다.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에 대한 열망을 자극해 정책 변화를 끌어내려는 외교적 승부수를 던졌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하마스에 대한 보상’으로 규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