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공계 인재 유치 위한 신규 ‘K비자’ 도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문턱을 대폭 높이자, 영국과 중국,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미국을 이탈하는 핵심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던 전 세계 두뇌들을 밀어내자, 경쟁국들이 이를 ‘역(逆)두뇌유출’ 기회로 삼아 인재 쟁탈전에 나서는 형국이다.
로이터는 22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미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자국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며 “외국인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유치해 자국 산업을 발전시키고 인재 유출 흐름을 되돌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유럽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최상위 글로벌 인재를 대상으로 비자 수수료 일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AI 스타트업 ‘클레오’ 바니 허시-여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H-1B 비자 혼란 이후, 미국을 떠나려는 최고 수준 기술 전문가들에게서 1000건이 넘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영국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이번 사태를 ‘황금 기회’로 보고 있다. 독일 디지털 산업 연합체 비트콤의 베른하르트 로흐레더 대표는 “미국 새 정책은 독일과 유럽이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더 공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다음 달 1일부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재 유치를 위한 새로운 ‘K비자’를 도입한다. 이 비자는 사전 취업 제안이나 연구직 확보 없이도 중국에 입국해 학업과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고급 인력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2일 각 부처에 “미국 정책 변화를 활용해 해외 과학·공학자들을 유치할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AI(인공지능) 등 기술 주도 경제 관련 사업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심각한 두뇌 유출을 겪어왔다. 대한상공회의소 6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인구 1만 명당 AI 전문가 0.36명이 순유출돼 OECD 38개 회원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줄지어 이어지는 역두뇌유출 사례를 들어 이번 조치가 결국 미국 혁신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콜린 세바스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미국 기업들이) 연구 및 엔지니어링 센터를 토론토, 런던, 벵갈루루 같은 곳으로 이전하게 만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