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력 관리 부처별로 제각각… 컨트롤 타워도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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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사각지대 외국인력]
[7편] 외국인력 제도 정비해 갈등 줄여야
정책별로 소관 부처 달라 업무 중복·혼선
취업 비자도 노동·법무·해수부로 나뉘어
“좌초된 컨트롤 타워 재추진해야” 지적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의 리튬 배터리 제조사 아리셀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 총 18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외국 인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생긴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았다. 숨진 외국인들이 소지한 비자가 대부분 ‘취업 전 안전 교육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탓에 이들이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위험한 근로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11명은 F-4 재외 동포 비자로 입국했고 H-2 방문 취업 동포 비자·F-6 결혼이민 비자·F-5 영주 비자 등을 소지한 사람도 있었다. 당시 취업 전 안전 교육 의무는 고용 허가제 취업 비자인 E-9과 H-2 비자 소지자 등으로 한정됐었다.

지난해 6월 24일 발생한 리튬전지 제조사 아리셀의 화재 참사 현장. 이 사고로 18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뉴스1

사고 전에도 E-9 비자 소지자 외에 다양한 비자 소지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안전 교육 의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비자별로 관할하는 정부 부처가 나눠져 있어 실행되지 못했다.

F 비자는 법무부가, E-9·H-2 비자는 고용노동부가 담당이다. 정부는 아리셀 사고 이후인 지난해 8월에야 안전 교육 의무 대상을 F 비자 소지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근로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정부 조직이 기능별로 분산돼 있어 부처 간 업무 중복과 혼란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 인력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외국인 정책을 전담하는 통합 컨트롤 타워의 출범이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현재 출입국 관리와 난민 심사 등을 하는 곳은 법무부다. 고용 허가제와 외국인 취업을 주관하는 부처는 고용노동부, 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정착 지원은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유학생은 교육부가 관할하는데, 우수·전문 인력 유치와 관련된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한다. 이 밖에 다문화 가족 지원은 여성가족부, 재외 동포 교류 지원은 외교부, 외국인 범죄 관련 업무는 경찰청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그래픽=정서희

외국인 관할 부처가 다른 만큼 정책 방향을 둘러싼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인 유학생을 놓고 보면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 관리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외국 인력을 관할하는 부처가 제각각 나눠진 탓에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많은 수산업의 경우 20톤(t)급 이상의 어선에서 일하는 사람은 E-10 선원 취업 비자 소지자로 한정되고, 20t 미만 어선은 E-9 비자 소지자를 뽑아야 한다.

만약 해당 수산업자가 수산물 가공업을 겸해 단기간 일할 외국인을 채용할 경우 E-8 계절근로자 비자 소지자가 대상이다. E-10 비자는 해양수산부, E-9 비자는 고용노동부, E-8 비자는 법무부가 각각 관할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경남도내 한 농가에서 일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외국인 정책의 총괄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는 당시 한동훈 장관 주도로 이민청 신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발의한 이민청 신설 법안은 21대 국회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작년 6월에는 국무조정실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외국 인력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부처별로 나눠져 있던 E-8·E-9·E-10 등 비전문 취업 비자의 도입 총량을 정하고 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외국인 정책 컨트롤 타워인 ‘외국인·다문화정책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당시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해 12월 정부는 올해 비전문 취업 비자 발급 총량을 20만7000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의 핵심이었던 외국인·다문화정책위원회 신설은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와 국회의 탄핵 의결을 거쳐 올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좌초됐다.

현장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외국 인력 컨트롤 타워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관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국정 과제에는 ‘모든 외국인 노동자 통합 지원’ 정도의 큰 방향만 담긴 상태”라며 “구체적인 제도화는 관련 기본법 제정이나 외국인고용법 개정 등의 형태로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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