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계절 변화를 느끼면, 몸에서 다른 면역·생리 기능을 보인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의대 연구팀이 56명을 대상으로 일년에 네 번 반복 체혈해 면역 세포 수, 사이토카인 등 면역 신호 물질, 염증 지표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계절마다 같은 자극에도 염증 지표 생산 능력이 달라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된 한 논문에서는 계절별 2만 여개의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는데, 겨울철 북반구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 수준이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감염이 없어도 염증 반응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인 셈이다. 겨울엔 병원체에 감염될 확률이 높으므로, 그만큼 몸이 빠르게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만 감염 없이 염증 반응이 민감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이 피로하고 쉽게 몸살이 날 수 있다.
면역 반응을 잘 조절하려면 '햇빛 노출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영국 아일랜드 왕립외과대 연구팀이 약 33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계절별 면역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일광 시간·실외 온도·비타민 D 수치 등 광범위한 생활 습관 요인을 고려했다. 그 결과, 가장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인게 일광 시간이었다. 일광 시간이 짧을 수록 염증 관련 지표가 높아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연령·성별·활동량·수면·흡연·음주·기온은 물론 비타민 D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보정해도, 해당 패턴이 확인됐다.
일광 시간(낮의 길이)는 사람이 바꿀 수 없는 자연 요인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햇빛을 쬐는 시간을 늘려 그 효과를 보완할 수 있다. 자외선이 적절히 도달하는 오전 10시~정오 사이나 오후 3~4시 15분~30분 정도 산책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호흡기 바이러스 시즌이므로 사람이 많은 공원이나 도로를 산책할 때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 또 모자, 내의 등으로 체온을 적절히 조절해야 심혈관에 무리가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기온이 매우 낮은 날과 시간대(새벽)에는 산책을 삼간다.
이 외에도 규칙적인 수면, 적절한 운동 등 면역력을 높이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1주일에 수면시간이 두세 시간만 모자라도 몸의 면역시스템이 크게 약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는 중에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성장호르몬은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인 NK세포와 T림프구 증가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또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몸의 전반적인 세포 능력을 높이고, 면역세포 기능도 강화해 면역력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