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에 집착하는 英, 13살부터 운동 압박감 느끼기도… 대체 왜?

유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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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토픽]
체중을 늘리는 ‘벌크업(bulking)’과 지방을 줄이는 ‘컷팅(cutting)’을 반복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영국에서 젊은 남성들의 ‘근육 집착’이 확산하고 있다. SNS 속 복근과 이두박근이 강조된 사진이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소비되면서, 체중을 늘리는 ‘벌크업(bulking)’과 지방을 줄이는 ‘컷팅(cutting)’을 반복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런 흐름이 단순한 외모 추구를 넘어 ‘비거렉시아(bigorexia)’로 불리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거렉시아는 자신의 근육이 충분히 크지 않다고 느끼는 왜곡된 인식으로, 신체이형장애의 한 형태인 근육이형장애에 해당한다. 신체이형장애는 자신의 외모나 신체 일부에 실제보다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믿거나, 미세한 흠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정신건강 질환이다. 비거렉시아를 겪는 사람들은 하루 대부분을 운동에 쏟거나 단백질 보충제, 스테로이드 등을 과도하게 복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우울,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케탄 파르마 박사는 영국 매체 더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근육이형장애는 단순한 외모 불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이라며 “한 20대 후반 남성 환자는 평균적인 체형이었지만 ‘더 커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하루 대부분을 헬스장에서 보냈고, 결국 고립감과 불안,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신체이형장애는 사춘기 불안으로 가볍게 여겨지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 근육 손상, 신경계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파르마 박사는 또 “SNS만이 원인은 아니다”라며 “어릴 때 체형 때문에 받은 놀림이나 낮은 자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의 남성들은 끊임없이 ‘이상적 몸’과 비교당하며 왜곡된 자기 이미지를 강화한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실제 경험담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라이프 코치 올리 돕슨(27)은 “13살 때부터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보다 말랐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아, 헬스에 집착하며 10대 중반에는 이미 근육질 몸을 만들었다”며 “그 시절의 원동력은 자신감이 아니라 불안과 열등감이었다”고 했다.

한편, 어린 나이에 과도한 운동을 하면 성장판이 손상되거나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성장기 청소년은 무게 중심의 근력 운동보다는 체중을 이용한 전신 운동이나 유연성·균형감각을 기르는 활동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게 좋다. 또 단백질 보충제나 근육 강화용 보조제는 영양 불균형과 간·신장 부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 없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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