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장기탈출증 (POP)은 방광, 자궁, 직장 등 장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질환이다. 흔히 '밑으로 빠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고, 배뇨장애, 변비, 하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부터 2024년 까지 4년 간 환자 수가 약 17.5% 증가했다. 고령층은 물론 40~50대 여성 환자도 같은 기간 약 10%가 증가했다.
과거 골반장기탈출증의 주요인으로는 출산과 노화로 인한 골반저 근육·인대의 약화에서 비롯된다고 알려졌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최근에는 직업적 활동, 과도한 복부 근력 운동, 필라테스 등 복압을 높이는 운동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과도하면 건강을 위한 운동도 오히려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 최근 젊은 여성에서도 골반장기탈출증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적절한 시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증상 악화를 막고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단순 피로나 일상적 증상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면, 보행 불편·수치심 등으로 외부 활동을 꺼리게 되고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하복부 불편이나 배뇨·배변 곤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질 때 또는 질 내부에 이물감·혹이 만져지는 느낌이 반복될 때는 산부인과나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질을 통해 장기(방광, 자궁, 직장 등)가 얼마나 내려왔는지에 따라 1기부터 4기까지 분류된다. 장기들이 질 입구 안쪽으로 1cm 이내로 내려온 초기 상태를 1기로 본다. 장기들이 외부로 나올 듯 말듯한 정도까지 진행된 상태를 2기, 장기들이 외부에서 만져질 정도로 탈출한 상태가 되면 3기, 완전히 탈출한 상태면 4기다. 이러한 기수는 환자의 증상 정도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3기 이상으로 진행됐다면 환자의 일상생활이 증상으로 인해 크게 제한돼, 수술적 치료가 필수다. 수술로 약해진 지지 구조를 복원하고, 장기를 제자리에 고정한다. 신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수술 방법으로 천골질고정술이 꼽힌다"며 "천골질고정술은 질을 천골(엉치뼈)에 단단히 고정해 장기가 다시 내려오지 않도록 하는 수술로, 기존 수술법에 비해 재발률이 현저히 낮고 장기적인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다른 수술들이 15~45% 수준의 재발률을 보이는 반면, 천골질고정술의 재발률은 약 5~8%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천골질고정술에 로봇수술 기술을 접목해 더욱 깊숙한 접근과 정교한 봉합이 가능해졌다. 회복 속도도 빠르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수술로 장기를 원래 위치에 복원하더라도 향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재발률이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 40%까지 보고되기도 한다. 골반저를 지지하는 조직이 약해져 있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거나, 수술 후에도 복압을 높이는 기존의 생활습관을 지속하면 재발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수술 치료만큼이나 수술 이후 관리가 중요하다. 수술 후 3~6개월간은 골반저 조직이 다시 자리를 잡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특히 중요하다. 신 교수는 "이 시기에는 특히 복부에 과도한 힘을 주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며 "무거운 물건 들기, 복근 운동, 장시간 서 있기, 변비나 기침으로 복압이 반복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고, 특히 배변 시 힘을 과도하게 주지 않도록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수분을 충분히 마셔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골반저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면 골반 장기를 지지하는 힘을 높여 재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술 후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회복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 시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