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안락사? 헷갈리는 용어들… “제대로 알 필요 있어”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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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명의료 결정’, ‘의사 조력 자살’, ‘안락사’ 등 말기환자 의료결정 용어에 대한 혼란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존엄사’라는 주관적 용어가 다양한 의료행위를 구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 연구팀은 말기환자의 의료결정과 관련된 용어에 여론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해 6월에 실시됐으며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2025년 최근호에 게재됐다.

설문 참가자들에게 안락사, 의사 조력 자살, 연명의료결정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객관적 용어를 선택하게 한 결과,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률은 85.9%로 높았다. 그러나 안락사(37.4%)와 의사 조력 자살(53.8%)의 정확한 인식률은 연명의료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주관적 용어인 ‘존엄사’는 세 가지 의료 행위를 효과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연명의료결정 시나리오 응답자의 57.2%, 의사 조력 자살 시나리오 응답자의 34.3%, 안락사 시나리오 응답자의 27.3%가 이를 ‘존엄사’로 인식했다.

연명의료 결정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 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뜻한다. 이는 인위적인 생명 단축이나 연장 없이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의사 조력 자살은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하여 환자가 스스로 복용해 죽음을 유도하는 행위고,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을 투여하여 죽음을 유도하는 행위다.

존엄사는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용어지만 자의적으로 적용되면서 세 용어의 의미를 희석시킨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연구팀은 “‘존엄사’라는 용어가 실제 의료 행위의 법적, 윤리적 구분을 흐리게 하며, 앞서 시행된 다수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켰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말기 의료 결정에 대한 논의와 정책 수립 시, 용어의 정확성이 국민 여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존엄사’와 같은 모호한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연명의료결정, 의사 조력 자살, 안락사와 같이 객관적인 의료 행위에 기반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명아 이사장(서울성모병원)은 “‘존엄사’라는 표현은 따뜻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안락사와 연명의료결정을 뒤섞는 위험한 언어적 착시를 일으킨다”라며 “이제는 ‘죽음의 방식’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존엄하게 살 것인가’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는 앞으로 정부, 의료계, 언론과 협력해 통일된 용어체계와 국민 대상의 교육·홍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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