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납치해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중 마지막 남은 20명이 13일(현지시간) 모두 귀환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납치된 인질 중 20명이 737일 만인 이날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하마스는 이날 이른 아침 가자지구 북부에서 7명을 먼저 석방하고 나머지 13명은 몇 시간 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에서 풀려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거쳐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생존 인질은 모두 남성으로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군부대에서 가족과 재회한 뒤 건강검진을 받았다.
남은 사망 인질 28명(가자지구 전쟁 이전에 납치된 1명 유해 포함)의 시신도 이스라엘 측에 인도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분명하지 않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남부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서부 케치오트 시설에서 풀려나 버스를 타고 오후 2시 반(한국시간 오후8시 반)께 가자 중남부의 칸 유니스에 도착했다.
아직 이스라엘 시설에 억류되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도 있지만 여성과 아동은 이날 모두 풀려났다.
마탄 장가우커(25세)는 2년 만에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이스라엘 군대가 촬영한 영상에서 마탄은 어머니를 꼭 껴안으며 "당신은 내 인생의 전부다. 내 영웅이다"라고 외쳐다.
마탄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에서 납치된 후 가자지구에 남아 있던 20명의 생존 인질 중 한 명으로, 2년간의 포로 생활을 마치고 이날 석방됐다.
그의 어머니 에이나브 장가우커는 마탄의 귀환을 위해 치열한 활동을 벌여왔다. 마탄은 이 운동의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 되었으며 이스라엘 정부에 하마스와의 인질 교환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군중들은 마탄과 다른 19명의 석방된 인질들이 이스라엘로 돌아와 가족들과 재회하는 장면을 대형 스크린에서 보면서 같은 광장에 모여 환호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를 흔들며 인질들의 사진과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팻말을 들었다.
하마스는 작년 12월 마탄이 포로로 잡혀 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마탄은 자신과 동료 인질들이 피부 질환과 식량, 물,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13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 억류됐다 석방된 인질들이 이스라엘 페타 틱바의 베일린슨 병원에 도착한 후 사람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환호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의 가자 및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석방도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합의에 따라 종신형을 받은 25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0여명을 석방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남부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서부 케치오트 시설에서 풀려나 버스를 타고 오후 2시 반(한국시간 오후8시 반)께 가자 중남부의 칸 유니스에 도착했다.
아직 이스라엘 시설에 억류되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도 있지만 여성과 아동은 이날 모두 풀려났다.
서안 지구 소재 이스라엘 오페르 감옥에 오랜 동안 수감되어 있던 장기 및 무기수 250명도 석방됐다. 이들은 가자 지구보다는 서안 지구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나 고향 서안 지구에 풀려나 가족과 상봉한 석방 수감자는 88명에 그친다.
나머지는 이집트, 튀르키예 등 제3국으로 추방됐다. 이집트 당국은 이날 154명의 팔레스타인 석방자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질 석방을 끌어낸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제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아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날 인질과 수감자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라 지난 10일 발효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1단계에 따라 이뤄졌다.
시신 4구 인도
하마스는 인질 시신 4구를 이스라엘이 인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보건부는 하마스가 석방한 인질 4명의 시신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도착했으며, 병리학자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부검을 통해 사망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앞서 공개한 시신이 가이 일루즈, 요시 샤라비, 비핀 조시, 이스라엘군 장교 다니엘 페레즈 대위라고 말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유족들이 법의학 전문가들의 신원확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부 카비르의 L. 그린버그 법의학 연구소는 신원확인을 위해 초기 CT 촬영을 하고 이어 방사선 전문의가 결과를 분석해 이전 의료 기록과 비교한다.
연구소는 신원 확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가 부검을 실시하고 실험실 분석을 위해 DNA 샘플을 수집한다. 치과 검사도 이뤄지며, 소견은 기존 기록과 교차 비교작업을 거친다. 전체 신원 확인 절차는 최대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장 첸 쿠겔 박사는 "살해된 인질들의 신원 확인 과정이 여러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첸 쿠겔 박사가 이끄는 연구소는 "전문성, 존중, 효율성을 바탕으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신속하게 진행해 슬픔에 잠긴 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장례가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법의학 전문가 중 한 명인 쿠겔 박사는 실험실 전문가, 인류학 전문가, 방사선 전문의 등 수십 명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원 확인 과정을 감독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들의 시신이 담긴 관 여러 개를 전달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시신을 4구만 인도하는 것은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연이나 고의적인 회피는 중대한 합의 위반으로 간주해 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휴전 1단계 합의에 따라 휴전이 발효한 10일 정오부터 72시간 안에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생존 인질 20명을 석방하고 인질 시신 28구(가자지구 전쟁 이전 납치된 1명 유해 포함)를 돌려주기로 했다.
하마스는 앞서 일부 사망 인질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돌려받지 못하는 인질 시신이 있을 경우 국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자지구에서 유해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트럼프!"
휴전협상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질들이 석방된 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의원들은 "트럼프! 트럼프!"를 외치며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크네세트 본회의장에서는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승리"를 외치며 그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온전히 돌렸다.
기립박수로는 부족했는지 트럼펫 연주도 울려 퍼지면서 회의장은 축제가 됐다. 이스라엘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렬히 환영했다.
아미르 오하나 크세네트 의장은 회의장 뒤쪽 2층에 앉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의장,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측 방문단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고,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맞이하며 '영웅대접'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힘줘 악수한 뒤 연단에 섰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트럼프 대통령,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로 화답하자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 세대 후 지금 바로 이 순간은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무력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 이제 전장에서 테러리스트에 맞서 얻어낸 이 승리를 중동 전체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궁극적 목표로 연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초 이스라엘과의 짧은 전쟁 당시 핵 시설 3곳을 폭격당했던 이란에 "우정과 협력의 손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늘 유대력으로 2년에 걸친 긴 전쟁이 끝났다"며 "이번에 이뤄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평화협정 서명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 지도자들이 13일(현지시각) 가자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CNN, B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기예 대통령 등이 이집트 홍해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가자평화선언'에 서명에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함께 달성했다"고 말했다.
협정은 자신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 따라 이집트·카타르·미국·튀르키예의 중재로 이뤄졌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 1단계에 언급, "절대 일어나지 않을 가장 큰 거래라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협정의 사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비롯해 20개 항으로 이뤄진 가자지구 평화 구상의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개 주요국 정상은 물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등 34명의 세계 지도자가 참석해 가자지구 휴전과 평화 구상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부유한 국가들의 정상급 인사들이 이렇게 뒤쪽에 앉아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가자평화선언 서명식에 배석한 각국 지도자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2020년 1기 집권시 성사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아랍국간 수교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에 더 많은 국가가 동참하길 바란다면서 "지금은 많은 나라가 합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제 많은 나라들이 협정에 새로 가입할 것이며, 참여하기를 바란다. 이제 가자도, 이란도 변명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압델 파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는 지도자 지도력을 보여줬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집트 최고 국가훈장인 '나일강 훈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샤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트럼프기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중재한 데 이어 가자 평화를 끌어냈다면서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난제
이날 '사망 인질' 시신 4구만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스라엘 사망 인질의 가족이 배신감을 토로했다.
사망 인질 타미르 아다르의 모친 야엘 아다르는 채널12 인터뷰에서 "오늘은 정말로 끔찍한 날"이라며 "희망으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국가에 또 다른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사망 인질 시신 반환 지연을 두고는 하마스의 합의 위반이 아니라 애초에 합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합의 자체가 사망자는 '가능한 한 많이', '시한 없이' 반환하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합의 때문에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사망 인질이 나올 수 있다며 "그들은 (시신 반환에) 6개월 혹은 1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도 아직 가자 지구에 사망 인질의 시신이 남아 있다며 "누군가가 나와 타미르를 배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아들인 타미르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본 니르오즈 키부츠 주민이다. 기습 당일 하마스 무장대원에 맞서 싸우다 숨져 시신이 억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명의 (생존) 인질 귀가는 기쁘다"라면서도 "생존 인질 1명은 테러리스트(맞교환 팔레스타인 수감자) 100명의 가치"라며 "사망 인질의 가치는 (팔 수감자) 15명에 불과하다. 왜 그런가"라고 따졌다.
평화협정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열린 평화협정서명모하메드 빈 자예드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는정상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고위 관리들을 파견했다.
두 사람 모두 팔레스타인 국가 문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일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휴전 협정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란은 공식 초청을 받았지만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참석한 일부 세계 지도자들은 정상 회담에서 트럼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휴전을 지속적인 평화로 신속하게 전환하려는 추진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평가했다.
AP통신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요구다"라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이를 거부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도록 하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군대는 가자 시의 대부분, 남부 도시 칸 유니스 및 기타 지역에서 철수했다. 군대는 대부분의 남부 도시 라파, 가자의 최북단 마을, 그리고 가자와 이스라엘의 국경을 따라 남아 있다.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방식도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의 계획에 따라 국제기구가 이 지역을 통치하며 팔레스타인 기술 관료들이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감독하게 된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정부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은 네타냐후 총리가 오랫동안 반대해 온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궁극적인 역할을 구상하고 있지만 개혁을 추진하려면 자치정부가 필요하다.
1단계 합의안은 아직 세부 조율이 남아 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모두 이번 협정의 핵심 쟁점인 가자지구 통치 문제,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시점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중동 안보 전문가 부르주 오즈첼릭은 "이번 협정은 겉보기엔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그 국가 안에 하마스의 자리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여전히 자국 안보를 이유로 가자 내 군사 작전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동시에 가자에는 행정·치안·인도 지원을 담당할 새로운 통치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