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여성폭력 대응 선봉에 선 신보라 원장 “폭력 근절 위해 앞장”

김세원 기자 TALK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
국회의원 거쳐 2023 진흥원 원장 취임
“여성폭력 근절 위해 가장 앞장서 온 기구”
“취임 후 중앙 디성센터 위상·역할 강화 성과”
베이징행동강령 채택 30주년을 맞아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이 "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강화와 교제폭력·스토킹 대응,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대응체계 확립 등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가장 앞장서 온 기구"라고 강조했다. ⓒ손상민 사진기자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범죄가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대학가는 물론 중·고등학교까지 파고든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이들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중앙 디성센터)다. 

진흥원에 설치된 중앙 디성센터는 2018년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과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법률·수사·의료 연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개소 이후 지난해까지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4만2500명이 넘는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건수도 133만6500건에 달한다.

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흥원은 교제폭력과 스토킹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 기관과 종사자의 역량 강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에도 힘쓰고 있다. 베이징행동강령 채택 30주년을 맞아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신보라 진흥원장은 "베이징행동강령이 다루고 있는 12개의 의제 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그리고 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강화와 교제폭력·스토킹 대응,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대응체계 확립 등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가장 앞장서 온 기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2016~2020년)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진흥원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신 원장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보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과 '데이트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2018년에는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사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국회의원도 최대 90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여성 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를 회의장에 동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꾸준히 목소리 내왔다. 다음은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과의 일문일답.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폭력방지법'의 개정으로 디성센터의 명칭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법제화 됐으며, 역할과 기능도 명확해졌다"며 "중앙 디성센터의 위상과 역할 강화는 피해촬영물의 삭제 실효성 강화와 연결되기 때문에 큰 성과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상민 사진기자


- 2023년 취임 후 2년 6개월이 흘렀다. 그간의 주요 성과를 꼽자면. 

"여성 대상 신종 폭력에 대한 대응 체계를 확립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취임 당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다양한 형태로 계속 증가하던 때였다.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 기존의 전통적인 여성폭력 유형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폭력에 대응할 체계를 확립하고, 피해 지원 기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성폭력방지법'의 개정으로 디성센터의 명칭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 법제화 됐으며, 그 역할과 기능도 명확해졌다. 중앙 디성센터의 위상과 역할 강화는 피해촬영물의 삭제 실효성 강화와 연결되기 때문에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 새로운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여가부의 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진흥원의 위상과 역할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새 장관께서는 젠더폭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다. 2020년 'n번방 사건' 당시 피해자 변호를 맡으셨고, 진흥원과도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 법률 자문 활동은 물론 직접 보수교육 강사로도 활동해주셨다. 진흥원의 역할과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만큼, 젠더폭력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진흥원의 어떤 역할을 더 강화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도 갖고 계실 것이다. 진흥원도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중요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관련해 여가부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간다면 진흥원의 역할과 위상도 함께 강화될 것으로 본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9월 11일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진흥원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 지난해 딥페이크 사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디성센터가 지원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 96.6%는 여성이다. 이는 결국 딥페이크 등 기술 기반의 디지털 성범죄가 전형적인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차별적인 인식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지 못한 채 피해가 심화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과 AI 기술은 안전이나 윤리를 기반으로 설계되지 않은 탓에 가해의 핵심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최근 'AI 기본법' 제정 등을 비롯해 AI의 윤리적 위험을 측정하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입법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AI 기술 진흥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AI의 윤리적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식 부족도 큰 문제다.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불법합성물의 공유뿐만 아니라 소지·시청도 불법이 됐지만 여전히 불법합성물의 소지·시청이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디성센터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2020년 정규직 17명, 기간제 50명으로 구성됐던 디성센터는 올해 7월 기준 정규직 37명, 기간제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 프로세스는 단순해 보여도 실제로는 복잡하다. 크롤링(정보 수집) 기술을 활용해 310곳의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피해영상물을 찾아낸다. 하지만 중심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웹사이트 외에도 피해영상물이 여러 사이트로 중복 유포되기 때문에 사실상 수천여개의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삭제 지원팀 담당자들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유포된 피해영상물이 없는지, 디성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분의 영상물인지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결국 노하우가 있어야 원활하게 피해영상물 삭제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기간제 인력의 정규직화가 피해자분들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지속적으로 국회를 찾아가 인력 증원을 위해 설득했다. 올해도 인력 증원 요구안을 제출한 상태다. 국회, 새 여가부 장관님과 함께 긴밀히 노력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토킹 피해 진단도구(체크리스트)·해설서'를 들고 있다. 스토킹 피해 진단도구는 다양한 유형의 스토킹 행위 여부를 판단·인지해, 주변 또는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 ⓒ손상민 사진기자


- 출산휴가를 처음으로 쓴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여성인권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보나.

"입법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여성이 산전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강화됐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도 높아졌다. 하지만 덴마크, 스웨덴 등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여성 국회의원 비율과 리더급 여성 비율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다.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성의 대표성은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앞으로 남은 임기까지의 계획은.

"추경(추가경정예산)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관련해 약 10억 9천만원이 편성됐다. 기술 고도화 예산이 많이 편성됐다.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피해 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나 문제점을 파악해 향후 입법과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스토킹의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교제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법안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피해자분들께서 빠르게 신고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안내하는 것이 저희 진흥원의 역할이다. 이러한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제 마지막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