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당한 미국의 극우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기리는 대규모 공식 추모 행사가 오는 21일 열린다.
커크가 창립자이자 대표로 활동한 우익 단체 '터닝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는 "9월 21일 일요일 오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행사가 열린다"고 밝혔다.
터닝포인트는 "전설의 미국인 찰리 커크의 위대한 삶과 지속되는 유산을 기념하는 자리에 함께해 달라"고 덧붙였다.
터닝포인트 USA는 추모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애리조나는 터닝포인트 USA의 본부가 있는 지역으로, 단체는 애리조나를 거점으로 전국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추모식 장소인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은 미국프로풋볼(NFL)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홈구장이다. 통상 6만3400명을 수용하며 대형 행사 시 최대 7만3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강성 지지자이자 재집권에 상당한 역할을 한 터닝포인트 USA를 이끈 인물인 커크의 추모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요일(21일) 아침 일찍 애리조나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커크가 생전 운영하던 '찰리커크쇼'를 커크를 대신해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찰리커크쇼는 커크가 진행해온 프로그램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공직에 있는 미 부통령이 직접 진행까지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수시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 등 백악관 주요 참모들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도 출연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커크 살해 배경에 "급진 좌파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우리는 이 살인범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몇 년간 성장해 온 이 극도로 파괴적인 급진 좌파주의 운동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저는 이것이 커크가 암살자의 총탄에 살해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밸리대학에서 터닝포인트 USA 집회 중 총에 맞아 숨졌다.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은 지난 11일 체포됐다.
커크 "동성애는 하나님 조롱하는 것"
찰리 커크는 우파 성향의 정치단체 '터닝 포인트 USA'를 설립해 이끌었다.
2012년에 고등학교와 대학교 캠퍼스에서 보수 정치를 옹호하는 단체인 터닝 포인트 USA를 공동 설립하며 본격적인 정치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MAGA(미국을 위대하게) 공화당 진영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층의 대표적인 청년 기수 중 한 명으로 손꼽혔다.
사망 직전 375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치 유튜버이기도 했다.
찰리 커크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개인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케이블TV에도 출연하는 등 인지도를 높여갔다.
2024년 트럼프의 2번째 대선에도 트럼프에 대한 투표 독려 활동을 펼쳤다.
커크는 "민주당은 하나님이 미워하는 모든 것을 지지한다", "이곳은 기독교 국가다. 나는 이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마틴 루터 킹을 끔찍하다고 비판하거나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페미니즘을 거부하라. 남편이 될 사람에게 복종해라, 테일러, 네가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임신중지를 홀로코스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커크는 "동성애를 가운데 손가락으로 하나님을 조롱하는 것(throbbing middle finger to God)이라고 규정했다.
성전환자에 대해서는 성도착자(freak)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커크는 "하나님의 성 질서는 성경에서처럼 자연 그대로이며, 전 세계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이러한 삶의 사실을 관찰하고 인식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별은 두 가지뿐이다. 트랜스젠더주의(transgenderism)와 성 유연성(gender fluidity)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커크는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남녀가 평생 결혼 서약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크는 유대교 단체와 이슬람 등 종교와 인종에 대한 편향성도 갖고 있었다.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의 범행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커크의 극단적 주장, 특히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 반감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커크는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시카고 교외에서 자랐다.
고등학생 때 정치에 입문한 그는 이후 정치 활동을 위해 하퍼 대학을 중퇴했다.
커크는 2012년 보수 운동가 빌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 포인트 USA를 공동 설립했을 때 18세였다.
커크는 2021년 애리조나 출신의 에리카 프란츠베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타일러 로빈슨, 성전환 연인과 동거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 용의자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연인과 동거 중이라고 공화당 소속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가 밝혔다.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의 콕스 주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의 동거인이 트랜스젠더라고 공개했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의) 룸메이트는 연인 관계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중인 인물"이라며 "그는 수사 과정에서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이번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로빈슨이 커크의 반(反)트랜스젠더 견해를 이유로 그를 암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콕스 지사에 따르면 로빈슨은 "커크는 증오로 가득 차 있고, 증오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말을 주변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수사 당국은 로빈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당국은 그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이 "분명히 좌파 이념"을 갖고 있다면서 "그 정보는 그의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빈슨은) 분명히 게임을 많이 하고 있었다"며 "친구들이 확인해 준 바로는, 이 사람이 일종의 깊고 어두운 인터넷, '레딧 문화'(인터넷 문화), 이런 다른 어두운 공간들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콕스는 CNN에 출연해 당국의 수사가 룸메이트의 성 정체성이 조사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것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쉬우며, 우리는 총탄 상자와 다른 법의학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종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 선거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으며, 근래 있었던 최소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NBC 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한 가족 친구를 인용해 "로빈슨의 가족을 특별히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다고 묘사하며 현실적이며 착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빈슨은 사륜오토바이(ATV)를 타고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다.
커크를 살해한 무기로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소총 탄피와 탄약에는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치아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로빈슨은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 ACT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고 유타주립대학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슨은 유타주 남서부 라스베이거스와 브라이스 캐니언, 시온 국립공원 등 자연 명소 사이의 세인트 조지에서 자랐다.
더그 앤더슨 교회 대변인은 그가 어린 나이에 몰몬 교회로 널리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의 교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청년 순교자' 커크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암살당한 날 커크를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라고 부르며 미국 내 정치적 반대파들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들이 커크 암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찰리 커크의 아내 에리카 커크도 남편의 죽음을 '순교'로 언급하며 그의 가치와 운동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의 극우 세력도 찰리 커크를 '순교자'로 추앙하며 결집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3일 로마에서 열린 중도연합(UDC) 행사에서 찰리 커크의 죽음을 두고 "31살 청년이 자신의 신념을 용감하게 지켰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일을 기뻐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탈리아 좌파가 폭력을 축소하거나 정당화하는 풍토에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11만명이 참여한 수십년만의 최대 규모 극우 시위에선 반이민과 함께 커크 추모가 집회의 주요한 축이었다. 시위 주동자 토미 로빈슨은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분의 삶을 기리고 감사하겠다"며 커크를 기리는 영상을 상영했다. 일론 머스크는 화상 연설에서 커크의 죽음을 두고 좌파를 "살인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 지도자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용의자가 체포되기도 전인 지난 11일 엑스에 "우리는 신앙과 자유의 진정한 수호자를 잃었다"며 "찰리 커크의 죽음은 진보자유주의 좌파가 벌인 국제적인 증오 캠페인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엑스에 "좌파의 비인간적인 언사와 불관용은 정치적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커크가 유럽 극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며 그가 대학 행사 중 목에 총을 맞고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극우 세력이 좌파를 공격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커크 암살 이후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과 아프리카 남아공에서도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커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정치 세력 간의 연계는 주로 국제주의를 주창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커크의 젊음과 열정은 적어도 보수적 시각에선 그를 현대의 잔 다르크로 만들었다"며 "국제적으로 가장 긴밀히 협력하는 서구 정당이 국경 폐쇄, 국제기관 탈퇴, 다문화주의 반대를 약속하는 민족주의 세력이라는 것은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민족주의 세력은 한 젊은 미국 청년의 순교를 기리며 하나로 뭉칠 것"이라며 "그의 죽음은 세계 정치 각성의 촉매제가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체에 비극"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에 따르면 지난 주말 유타주 남부에서 총기전시회가 열렸다.
유타주에서 극우 청년 활동가가 좌파 성향의 청년으로부터 총격을 당해 숨진지 며칠만에 열린 총기 전시회여서 참석자들은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USA Today는 전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멘도사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상인들이 여가활동과 자기 방어를 위한 다양한 총기와 티셔츠, 탄약 및 기타 장비를 판매한다. 유타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이다. 아마도 유타주의 모든 가정에 총기가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멘도사는 올바르게 자란 사람들은 총기와 차이점을 존중하여 다루는 법을 배웠으며, 로빈슨의 가족에 대해 들은 바에 따르면 그의 집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해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콕스 유타 주지사 로빈슨이 체포된 뒤 "다른 주에서 어떤 사람이 차를 몰고 왔더라도 여기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다. 우리에게 알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슬프게도, 그 기도는 내가 기대했던 방식대로 응답받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이 솔트레이크시티에 기반을 둔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몰몬교)가 가족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CNN은 커크 암살사건은 여파는 워싱턴 정가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인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이 더 흔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1년 한 행사에서 총에 맞아 부상당했던 가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의 남편인 남편인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정치 폭력을 "우리나라에 만연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쪽에 책임을 돌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일요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사든 상원의원이든, 하원의원이든, 미국 대통령이든 사람들이 경청하고 있기 때문에 말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타주 상원의원 존 커티스는 주말 ABC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방향에서 오는 급진적인 발언은 좋지 않고, 건강하지 않으며, 이를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존슨 의장은 커크가 사망한 후 며칠 동안 하원 의원들의 신변 안전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 공화당 의원은 일요일 CBS에서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사람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든 사람이 필요한 수준의 보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미네소타 주 의원들을 겨냥한 치명적인 총격 사건 이후 미국 하원은 의원들을 위한 보안 기금과 자원을 늘렸다.
존슨 의장은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 60여명과 공화당 의원 20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며,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무엇이 효과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일요일 저녁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커크 추모 집회에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추모객들에게 터닝 포인트 USA 창립자의 원칙과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며 "찰리는 격렬한 토론을 좋아했지만 사람들을 더 사랑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