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오사카 엑스포] 생명과 연결, 돌봄 내세운 꿈의 무대… 성평등은 변두리에

김세원 기자 TALK
입력
수정 2025.08.11. 오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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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본 오사카 엑스포]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디자인’ 주제로 개막
물질문명과 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성·생명·돌봄 중시되는 청사진 보여줘
생명과 연결 상징, 마스코트 먀쿠먀쿠 ‘인기’
여성 역량 강화와 성평등 가치 담은 ‘여성관’도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 전경 ⓒ여성신문


지난 4월 개막한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는 '연결'과 '하나됨',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 세계에 자성의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장 곳곳에선 다양성과 생명, 돌봄이라는 여성적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낸 전시물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되고 연결되는 거대한 무대에서조차 여성의 목소리가 주변부에 머문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4월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막을 올린 오사카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이라는 대주제를 내세웠다. 연결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번 엑스포에는 158개 국가·지역과 7개의 국제기구가 참가했다. 각각의 참가국들은 '생명을 구원하다', '생명에 힘을 부여하다', '생명을 연결하다'라는 세 개의 소주제 중 하나를 골라 전시관을 꾸몄다. 

오사카 엑스포 일본관 내부 모습 ⓒ여성신문


가령 주최국 일본의 국가관은 원형 모양의 건축물을 통해 '생명의 순환'을 구현하고자 했다. 생명의 순환을 구현하고자 한 만큼 일본관은 재활용 및 쓰레기에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최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또한 일본관은 순환 경제를 선보이는 데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람객들에게 행동의 변화를 촉구한다. 

독일관도 일본관과 마찬가지로 원형 모양의 구조물을 통해 순환 경제를 표현했다. 독일관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유엔(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9번 혁신·인프라 구축과 11번 지속가능한 도시 및 거주지 조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엑스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원형 건축물 '그랜드 링'(The Grand Ring)은 다양성과 연결됨을 상징한다. 그랜드 링은 둘레 2㎞, 폭 30m, 지름 615m, 높이 12~20m의 목조 원형 건축물이다. 건축 면적만 6만1천㎡에 달하며,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인증까지 받았다. 그랜드 링은 '다양하면서도 하나됨'이라는 엑스포의 가치를 구현해냈다. 

오사카 엑스포 공식 마스코트인 먀쿠먀쿠 ⓒ오사카 엑스포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엑스포 공식 마스코트인 먀쿠먀쿠도 최근 일본 내에서 인기를 끌며 엑스포의 하이라이트로 자리매김했다. 먀쿠먀쿠는 세포와 물이 만나 탄생한 생명체다. 빨간 부분은 세포를, 파란 부분은 맑은 물을 표현했다. 여러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며 현재 인간의 모습을 흉내 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처음 마스코트가 공개될 당시엔 기묘하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엔 오히려 이러한 독특함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먀쿠먀쿠는 '계속되며 끊어지지 않는 모양'을 뜻하는 일본 단어 '脈々'(먀쿠먀쿠로 발음)에서 유래했다. 인간의 지혜와 기술, 역사, 문화 등을 면면히 계승해 나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먀쿠로 발음되는 맥(脈)은 생명을 상징한다. 에스포의 테마 중 하나인 '생명'과 '연결'을 그대로 구현한 셈이다. 

이외에도 이번 엑스포에는 지난번 두바이 엑스포에 이어 여성관이 마련됐다. 여성관은 '여성이 번영할 때 인류도 함께 번영한다'는 표어를 내세워온 보석 브랜드 까르띠에와 협업해 마련됐다. 이시게 히로유키 엑스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전 세계 여성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여성관은 까르띠에와의 협업을 통해 많은 이에게 대화와 영감을 나눌 기회를 제공한다"며 "여성의 역량 강화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여성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이번에도 전시관 설계를 이끌고, 영국의 여성 무대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이 여성관의 글로벌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는 등 여성 전문가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여성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전 세계 성평등과 관련된 데이터가 시각적으로 구현됐다. 전시된 데이터는 관람객에게 성평등 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오사카 엑스포 여성관의 모습. ⓒ까르띠에


이처럼 엑스포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명확하다. 인류가 20세기에 이룩한 물질문명과 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생명, 돌봄의 가치가 중시되는 미래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별도의 여성관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엑스포 현장에서 뚜렷하게 조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엑스포 곳곳에서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수 조건인 돌봄노동과 생명 등의 주제를 젠더 관점에서 풀어내려는 시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위기는 성 불평등과 직결된다. 유엔여성기구는 기후위기가 성 중립적(gender neutral)인 재난이 아니며, 성 불평등을 심화시켜 여성의 안전과 생계, 건강에 큰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엔여성기구는 오는 2050년까지 기후위기로 최대 1억5800만명의 여성이 빈곤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남성보다 1600만명 더 많은 수치다.

또한 미래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돌봄산업을 지탱하는 이들 역시 여성이다. 돌봄직종은 중·고령층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돌봄은 미래사회의 필연적 과제지만 돌봄노동은 여전히 성별화되고, 저평가되고 있다.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 방치돼 있다.

엑스포 현장에서 순환 경제를 구현한 건축물과 생태 친화적 건축물은 존재하지만 미래를 지탱하는 이들이 얼마나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특히 지속가능한 미래가 결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만큼, 차기 엑스포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과 젠더 관점이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W오사카 엑스포를 가다] 시리즈 영상은 유튜브 채널 여성신문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오사카 엑스포를 가다 ➀]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 : https://youtu.be/30JmekNyBS4?si=5SRcAtT46vJ19nhx

[W오사카 엑스포를 가다 ➁] 각국의 파빌리온

: https://youtu.be/TVSCEaZkDHw?si=-z4DnvrYd-CRaspi

[W오사카 엑스포를 가다 ③] 엑스포를 위한 젠더 가이드 필요

: https://youtu.be/lVo0_hEO3LU?si=rDmsbyleqnSU-W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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