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창간 2주년인 2009년 추석 때부터 매년 ‘한국 사회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도해왔다. 올해도 지난 제942·943 한가위 합병호·창간기념호에 2025년 조사 결과를 담았다.
‘대법원’은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 항목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2009년 첫 조사에서 대법원은 5.35점을 기록했다. 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 매우 신뢰하면 10점이다. 중간을 넘었다. 별 감흥 없는 숫자로 보이지만 이 정도면 매우 고득점이다. 국가기관 신뢰도 점수가 5점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새 정부 1년 차인 청와대, 2020년 질병관리청 정도가 겨우 5점을 넘겨왔다.
첫 조사 때가 최고 점수였다. 이후 대법원 신뢰도 그래프는 하락 추이를 그렸다. 2018년이 최저점이었다. 3.42점까지 급락했다. 청와대,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 8곳 가운데 전해와 비교해 낙폭이 가장 컸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재판 거래’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 KTX 승무원 해고,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 과거사 배상 등 여러 개의 재판을 놓고 당시 박근혜 정부와 ‘딜’을 했다는 정황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온 뒤였다.
이듬해부터 대법원 신뢰도는 4점 초반대에서 매년 소폭으로 움직였다. 뭘 잘해서 4점대로 회복했다기보다 검찰, 대통령실 등 다른 국가기관 신뢰도 ‘폭락’으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은 측면이 있다. 올해 점수는 4.11점이다. 작년에는 4.2점, 재작년에는 4.24점, 재재작년에는 4.26점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그러니까, 애초 국민은 점점 사법부를 덜 믿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때문에 사법개혁은 어차피 필요한 일이었다. 감히 이재명 대통령에게 무엄한 판결을 내려서 ‘혼내기 위해’ 할 일도 아니지만, 정쟁의 소재로 삼지 말라는 핑계로 피해갈 일도 아니다. ‘민주당의 공격이 과하다’는 말이 ‘사법개혁 필요 없다’와 동의어는 아니다. ‘사법부 독립’이 모든 비위와 의혹의 면죄부가 되어서도 안 된다.
다만 이런 결과도 봐야 한다. 지난 6월 대선 직후 실시한 〈시사IN〉·한국리서치 ‘유권자 인식 웹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 압박을 자제해야 한다’는 진술에 59%가 동의했다. 보수층의 77%, 중도층의 58%, 진보층의 38%,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의 38%,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3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때 조사에서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합의해 추진·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32%, ‘추진해서는 안 된다’ 31%, ‘야당과 갈등이 있더라도 법안 추진·시행을 서둘러야 한다’ 22% 순으로 나타났다. 진보층 안에서도 44%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합의해 추진·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극도로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자칫 지지층도 이반할 수 있는 이슈가 사법개혁임을 보여준다”라고 당시 분석했다.
단언컨대, 사법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질문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어떤 개혁인가? 누가 칼을 잡는가? 누가 이득을 보는가?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기준점이 되어야 할 원칙은 조희대 대법원장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입니다(대법원 홈페이지 조희대 대법원장 인사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