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수사 마지막 퍼즐은 윤석열 [특검IN]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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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4. 오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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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 수사가 확대되고 깊어질수록, 윤석열의 존재감이 커진다. 각종 의혹에 대한 윤석열의 개입 여부 규명에 따라 김건희씨 혐의가 달라진다. 특검의 고민이 많아진다.
9월24일 구속기소된 김건희씨의 첫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특검이 반환점을 돌았다. 특검법으로 정해진 90일의 1차 수사 기간이 만료됐고(9월29일) 종료 시점에 맞춰 기한을 한 차례 연장(30일)했다. 최근 정부가 특검 수사 기간을 30일씩 두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김건희 특검은 올해 연말까지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특검 안팎에선 최대 한도까지 수사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은 7월2일 수사 개시 이후 김건희씨를 포함해 총 14명을 구속했다. 함께 출범한 내란 특검, 채 상병 특검과 비교해 가장 높은 ‘실적’이다. 수사 후반전에 돌입한 김건희 특검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남은 퍼즐 조각들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전체 ‘판’은 물론 그 결과물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특검이 맞춰야 할 조각들만 따로 모아보면 한 사람의 윤곽이 그려진다. 윤석열이다.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특검의 조준경과 무게중심이 김건희씨가 아닌 윤석열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사가 확대되고 깊어질수록 더욱 그렇다. 김씨가 받는 의혹 상당수가 그가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부정하게 이용한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라는 퍼즐이 맞춰져야 김씨가 대통령보다 앞선 ‘V0(브이 제로)’라 불리며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온전히 규명되고 이에 따른 범죄 혐의도 성립된다.

김건희 특검이 특히 수사력을 집중한 김상민 전 검사의 고가 그림 상납이 대표적이다. 김 전 검사는 2024년 국민의힘 공천과 공직 인사 청탁 등을 목적으로 김건희씨에게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받는다. 특검은 이 혐의로 김 전 검사를 10월2일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상민 전 검사의 그림 상납 목적과 이동경로, 그 정황 등을 종합해 그림이 뇌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한다. 다만 특검은 김건희씨를 그림의 최종 수수자로 보고 뇌물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지만 공여자인 김상민 전 검사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우선 적용됐다. 공여자와 수수자가 받는 혐의가 엇갈린다. 김 전 검사가 기소되었어도 사실상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닌 셈이다.

김건희씨의 애매한 ‘신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건희씨는 공인이 아니라 사인이다. 우리나라 법률에는 대통령 부인의 지위나 권한, 의무 및 책임을 규정하는 조항이 없다. 의전과 예우 규정은 있지만, 법적 책임과 권한은 없다. 김씨가 8월6일 특검 첫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말로 세운 방패의 정체가 여기에 있다.

김상민 전 검사가 받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는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와 관련한 처벌 규정이 없다. 2024년 10월 검찰은 이 규정을 토대로 명품백 수수 사건에서 김건희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이 김 전 검사를 기소하면서도 김건희씨에게 이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다.

9월26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금품을 받은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그림을 받은 김건희씨는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 공무원이 아니라서 뇌물죄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윤석열이 뇌물을 받은 ‘정범’이 되고, 김씨가 ‘공범’으로 인정되면 성립된다. 김건희씨에 대해 일단 뇌물 혐의를 적용한 특검은 앞으로 김씨와 윤석열의 ‘공모’ 여부, 즉 뇌물(그림) 수수를 두고 이들 사이에 ‘범죄 의사의 연결’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정교유착 국정농단’으로 확대될까



그림 뇌물 혐의로 연결된 김건희씨와 윤석열의 고리가 입증되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고가 목걸이 의혹,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 거북이 의혹 등 다른 매관매직 의혹들 모두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특검은 김상민 전 검사를 비롯한 금품 공여자들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우선 적용해뒀다.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또는 알선수재 혐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알선수재는 뇌물죄보다 형량도 낮다. 결국 김건희 특검의 최대 숙제이자, 의혹 규명의 열쇠는 김건희가 아닌 윤석열이라는 뜻이다.

특검은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청탁의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은 구속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궁극적으로 윤석열에게 접근하기 위해 함께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건희씨를 투트랙으로 삼고 각종 청탁 행위를 벌였다고 의심한다. 교단의 이권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정책과 공적 자금 조달이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던 한 총재가 권성동 의원에겐 현금을, 김건희씨에게는 고가 장신구 등을 주면서 윤석열에게 접근해 청탁했다는 게 골자다.

특검은 윤석열이 통일교 측의 청탁을 받아서 국책사업 등에 반영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 정책에 개입했고 윤석열이 이를 승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는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으로 확대된다. 이미 제기된 의혹보다 규모가 더 커진다.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남은 퍼즐 맞추기에 따라 사건 전체의 ‘판’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명태균 게이트’의 본류로 통하는 공천 개입과 뇌물 혐의 등도 윤석열이라는 조각을 맞춰야 온전히 규명된다. 앞서 특검은 김건희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김씨가 명씨에게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내용이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관련한 각종 인사, 이권 청탁 의혹도 김건희씨 단독 관여보다는 윤석열의 개입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범죄 혐의 및 규모가 달라진다.

결국 윤석열에 대한 특검의 대면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기간 휴식 없이 관련자 소환조사와 혐의 다지기에 주력한 특검이 조만간 윤석열 조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전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 많다. 그때그때 부르는 것보다 종합적으로 소환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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