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희생자 유족이 제기하는 이번 소송은 본인 이름이 합사된 생존 희생자(1세대)와 희생자의 자녀(2세대)가 원고였던 1·2차 소송과 달리 희생자의 손주인 3세대가 주 원고로 참여한다. 희생자의 손주 세대가 소송을 내는 건 처음이다. 이들은 희생자의 야스쿠니 신사 무단 합사 철회, 일본 정부의 희생자 정보제공 고지 철회, 사죄문 교부, 피합사자 1명당 원고에게 위자료 120만 엔(약 1131만원) 지급을 요구한다. 소송단은 9월19일 오후 3시 소장을 제출한 뒤 오후 4시경 도쿄지방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원고는 총 6명이다. 희생자 박헌태의 손주 A·B·C씨, 희생자 이희경의 외손주 D씨, 희생자 박만수의 외손주 E씨, 희생자 이낙호의 손주 F씨다. 대부분 1·2차 소송 당시 원고였던 2세대의 자녀들이다. 1차 소송 원고이자 지난 소송을 주도해온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이희자 대표(82)가 희생자 박헌태의 손주 A씨와 함께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장을 제출하는 자리에 동행한다.
야스쿠니 신사의 무단 합사를 철회해달라는 소송은 이전에도 진행됐다. 야스쿠니 신사 합사 철회 뿐 아니라 강제동원에 대한 손해배상, 유골 반환 등이 총망라된 재한군인·군속 소송(2001년 제소),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회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했던 1·2차 소송(각각 2007, 2013년 제소)이다. 모든 소송이 각각 2011년, 2025년 ‘기각’으로 최종 패소했다. 일본 재판부는 ‘야스쿠니 신사는 종교시설이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 ‘사건 발생(합사일) 후 20년으로 정해진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이 지났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기각’ 결정했다.
다만 유의미한 결과도 있었다. 2025년 1월 한국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에서 재판관 네 명 중 한 명(미우라 마모루 재판관)이 처음으로 소 기각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30년간 전몰자 명단을 야스쿠니 신사에 제공한 것이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규정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유족이 야스쿠니 신사에 희생자가 합사된 사실을 제척기간이 끝난 1990년대 후반까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자 대표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처음으로 나온 반대의견의 의미가 남다르다. 이것을 희망의 씨앗으로 삼고 계속해서 3세대를 중심으로 이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