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함께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배후 교사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신혜식씨(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대표)가 실제 배후는 따로 있다는 취지의 폭로전에 나섰다. 〈시사IN〉은 신혜식 대표와 8월11일부터 13일까지 전화 및 대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안보수사과는 8월5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유튜브 스튜디오, 신혜식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지시를 내려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유발했다고 의심한다. 8월1일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아무개씨와 윤 아무개씨가 전 목사가 운영하는 ‘청교도신학원’ 1, 2기 졸업생 출신으로 ‘특임 전도사’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한 직후인 1월24일부터 전담팀을 구성하고 폭동의 배후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신 대표는 전 목사의 명령을 하달하는 중간 단계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신혜식 대표와 전광훈 목사는 혐의를 부인한다. 특히 신 대표는 ‘오히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폭력을 조장한 사람들은 수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취지로 폭로전을 시작했다. 동시에 신 대표 측은 ‘수사 대상에서 빠진’ 인물들에 대해 내란 선전 선동, 특수공무집행방해교사 등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했다(8월10일).
신혜식 대표가 신고한 인물들은 성삼영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과 윤석열의 변호인인 석동현·배의철 변호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경찰 관계자 등이다. 성 전 행정관은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관저 방어를 위해 민간인을 동원하려 했고, 석동현·배의철 변호사와 윤상현 의원 등은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나기 직전 시위대를 격려하고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는 게 신 대표의 주장이다.
신혜식 대표 주장의 근거는 성삼영 전 행정관으로부터 1월3일 받은 문자메시지다. 신 대표가 공개한 문자를 보면, 성 전 행정관은 신 대표에게 화살표와 별표를 표시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 지도와 함께 “현재 군·경의 지원이 어려워 경호처 인력이 대응하기 어려움, 지지자 결집이 필요함.” “민노총 놈들이 오늘 밤에 산을 넘어 관저를 덮친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관저 경호 책임자에게 우파 시민들을 어디에 배치하면 되는지 물어봐주세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성삼영 전 행정관 문자메시지에 대해 신 대표는 〈시사IN〉에 이렇게 말했다. “문자를 받고 성삼영 전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똘마니로 부려먹으려는 거냐’라고 항의했다. 노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렇게 못한다. (만약에) 내 아들이라고 가정해보면, ‘야 아들아, 민노총이 넘어온다니까 (충돌이 우려되는) 산에 가라’ 할 수 있나? 못하지. 노비니까 보내는 거다. 꼬리 자르기 하지 말고 확대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해보자는 거다.”
시위대 이용하려 시도한 정황들
신혜식 대표는 〈시사IN〉에 새로운 폭로도 했다. 윤석열의 변호인이자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로부터도 관저 앞 체포영장 집행 반대 집회 당시 성삼영 전 행정관의 문자와 비슷한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석동현 변호사는 서부지법 폭동이 벌어지기 직전인 1월19일 새벽,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신 대표는 “석동현 변호사는 저한테 와서 (구두로) 지속적으로 사람을 모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쪽(신 대표 집회)에 있는 사람들을 밑으로 내려보내라. 관저 입구로’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신혜식 대표는 석동현 변호사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신혜식 대표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시사IN〉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석열 측이 전광훈 목사를 통해 시위 인원을 동원하려 했다는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신 대표는 1월18일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함께 오른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로부터 “(사랑제일교회 이 아무개 목사의 번호로) 연락 와서 대통령이 전 목사에게 서부지법으로 모여달라고 부탁받았다고 오후 4시 집회 연기해달라고 연락받았다” “이유는 대통령 서부지법 출석”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서 ‘대통령이 전 목사에게 서부지법으로 모여달라고 부탁받았다’는 대목은, 윤석열이 전광훈 목사에게 서부지법으로 모여달라고 부탁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다.
신혜식 대표는 이 문자에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이 체포된 상황에서 전화를 했다는 게 황당하고, 그렇게 몇 단계나 거쳐 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는 게 의문스러웠다. 배인규씨가 원래 강기훈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친하다. 그쪽도 수사를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기훈 전 행정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한 바 있는 인물이다. 2024년 11월 음주운전이 적발되면서 행정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밖에 윤석열의 또 다른 변호인인 배의철 변호사가 1월18일 서부지법 인근 집회 현장을 방문해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씀드리기 위해 왔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신혜식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시기 대통령실의 ‘유튜버 관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밑바닥에서 (채널 규모에 따라) 누구는 VIP가 관리하고, 그 뒤는 수석급이 관리하고, 밑에는 또 누가 관리하고 이런 식으로 했다”라면서 “윤석열이 유명 보수 유튜버 A씨와 B씨를 불러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의 연줄을 제공하면서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유튜버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시사IN〉 취재에 응한,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우파 유튜버 역시 “(윤석열의 임기 중에) 대통령실에 들어가 밥 먹었다는 사람은 많이 있었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 시절에 중소 규모 유튜버들을 불러들여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신혜식 대표는 8월13일 한남동 관저 집회와 서부지법 폭동이 있었던 기간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역이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 압수수색 당시 해당 휴대전화는 신 대표의 아버지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는 당초 복사본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경찰 수사에 협조한다는 뜻에서 휴대전화 원본을 제출하고 내란 특검 또한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동의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폭력 사태를) 선동하고 무책임하게 이끌었던 사람들에 대한 엄벌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