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버’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했다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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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8.25.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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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원고 고성국, 성창경, 이영풍 이름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보내온 소장. ©시사IN 신선영


지난 7월 〈시사IN〉에 소장이 하나 날아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소액2과에서 보낸 위자료 청구소송 서류였다. 원고는 고성국·성창경·이영풍. 모두 유튜버로 유명한 이들이다. 이 세 사람은 〈시사IN〉이 자신들에게 각각 1000만원씩을 지급하게끔 해달라고 재판부에 청구했다. 사유는 자신들을 ‘모욕’한 손해배상 책임이다.

이들은 지난 6월 이오성 기자가 쓴 ‘파면에서 대선까지, 극우 유튜브 2차 탐방기(제925호)’ 기사를 문제 삼았다. 〈시사IN〉이 그 기사에서 자신들을 ‘극우 유튜버’라 지칭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통념상 비이성적이고 선동적이고 혐오적인 정치적 성향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으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극우’란 폭력, 반민주, 배타(인종·민족), 혐오 정치 등의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는 정치적 성향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자신들은 “극우 유튜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유 우파 내지 현대적 다원주의자”로 표현했다.

우리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극우’는 학술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비평적 표현으로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 언론의 정당한 의견 표명”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2024년 계엄 사태와 2025년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 국면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극우’는 다음과 같은 지표로 측정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헌정 질서에 대한 태도: 윤석열의 12·3 계엄 선포와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를 옹호하는 등 민주주의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적 태도를 보임 △음모론의 수용과 확산: 선관위 중국 간첩 침투설 같은 부정선거론 등의 음모론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높은 신뢰와 수용도를 보이며 이를 계엄 옹호와 윤석열 탄핵 반대의 정당화 논리로 활용.’

‘극우’라는 표현은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며 한국적 상황에서는 ‘좌익에 강하게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므로 모욕적 인신공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5. 10.23. 선고2014나52652)과 ‘극우부패세력’이라는 용어조차 이념이 다른 상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판결(대법원 2022. 8.25. 2020도16897) 내용도 첨부했다.

그러자 원고들은 재판부에 이어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이렇게 재반박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원고들은 유튜브 방송 과정에서 피고들이 제시한 극우 기준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발언들을 주된 주장으로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해온 바 없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물었다. “피고들은 원고들 중 누가 계엄 선포를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는지, 누가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불복하였는지, 누가 서부지원 사건이 위법한 윤 대통령 구속에 대한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고 옹오(옹호의 오기로 보임)하였는지, 누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높은 신뢰와 수용도를 보였는지 밝히기 바랍니다.”

딱히 ‘밝힐’ 것도 없이 각 원고들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어 있는 동영상 제목만 몇 개 인용해보겠다. △고성국TV: ‘계엄 발동은 사법적 판결의 대상이 아니다(2024년 12월18일)’ ‘이러니 계엄할 수밖에, 선관위 서버 보존 기각(2024년 12월24일)’ ‘앞장서서 불의를 저지른 법원, 부끄럽지도 않나 #서부지법 #이재명 #조국(1월1일)’ △성창경TV: ‘서부지법 사태 구속된 청년들에 대한 탄압 실태 폭로···유정화 변호사 공개 ‘스카이데일리’ 보도(3월1일)’ ‘윤석열 대통령의 놀라운 예언···“그래서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 구국이었다”(8월6일)’ △이영풍TV: ‘“헌재는 사기 탄핵 중이다” 유명 헌법학자의 일침’ ‘#나 같아도 계엄!(2024년 12월9일)’···.

정말 이들을 ‘극우 유튜버’라 부르면 안 되는 걸까. 사법부 판결에 앞서 독자들의 판단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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