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교에서 멈춰 선 걸음 [포토IN]

조남진 기자
입력
수정 2025.08.25. 오전 6:3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장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95)는 42년4개월간 감옥 생활을 하며 고문과 폭력 속에서도 전향서를 쓰지 않았다. 이제 그는 북쪽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8월20일 오전 안학섭씨가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세계 최장 비전향장기수인 안학섭씨(95)의 북한행은 통일대교에서 일단 멈췄다.

8월20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역을 출발한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 일행은 통일대교까지 행진하며 안씨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했다. 대열을 따라 자동차로 이동한 안씨는 통일대교 입구에서부터는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고령의 노인 앞을 막아선 경찰은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돌아가라” “경찰을 밀면 공무집행방해다”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협의 끝에 군인과 대동해 통일대교 입구 초소까지 걸어갔지만 그 이상은 허락되지 않았다.

1930년생인 안학섭씨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941부대 분대장으로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4월 설악산에서 생포되었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송환됐어야 하지만 남한은 국방경비법(이적죄)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할 때까지 42년4개월간 고문과 ‘전향 공작’을 겪으며 옥살이를 했다. 현재 폐부종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그는 “전향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라면서 “죽어서 시체까지 식민지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라며 통일부에 송환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최근 양원진(96), 안학섭(95), 박수분(94), 양희철(91), 김영식(91), 이광근씨(80) 등 6명으로부터 북한으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안학섭씨가 8월20일 오전 임진각역 앞에 앉아 있다. ©시사IN 조남진
임진각역에서 통일대교까지 행진 대열을 따라 자동차로 이동 중인 안학섭씨. ©시사IN 조남진
혼자 거동이 힘든 안학섭씨를 송환추진단 일행이 부축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안학섭씨 일행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군의 협조로 통일대교 앞 초소까지 이동하고 있는 안학섭씨 일행. ©시사IN 조남진
8월20일 오전 파주 임진각역 앞에서 안경을 겹쳐 쓴 안학섭씨가 지인을 보며 밝게 웃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