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비전향장기수인 안학섭씨(95)의 북한행은 통일대교에서 일단 멈췄다.
8월20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역을 출발한 ‘안학섭 선생 송환추진단’ 일행은 통일대교까지 행진하며 안씨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했다. 대열을 따라 자동차로 이동한 안씨는 통일대교 입구에서부터는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고령의 노인 앞을 막아선 경찰은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돌아가라” “경찰을 밀면 공무집행방해다”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협의 끝에 군인과 대동해 통일대교 입구 초소까지 걸어갔지만 그 이상은 허락되지 않았다.
1930년생인 안학섭씨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941부대 분대장으로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4월 설악산에서 생포되었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송환됐어야 하지만 남한은 국방경비법(이적죄)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할 때까지 42년4개월간 고문과 ‘전향 공작’을 겪으며 옥살이를 했다. 현재 폐부종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그는 “전향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라면서 “죽어서 시체까지 식민지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라며 통일부에 송환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최근 양원진(96), 안학섭(95), 박수분(94), 양희철(91), 김영식(91), 이광근씨(80) 등 6명으로부터 북한으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