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홍 지음, 박경철 옮김
마르코폴로 펴냄
2019년 11월 생애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굴기’의 현장이 아니라 농촌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쇠락하는 중국의 농촌에는 다른 면모가 있었다. ‘반향청년(返鄕靑年)’으로 불리는 1980년대생 젊은 세대가 새로운 귀농귀촌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성장한 이들 청년은 환경오염과 빈곤 속에 몰락하는 고향의 현실에 충격을 받고, 생태농업과 도농 교류를 바탕으로 ‘신향촌건설운동’을 이끌고 있었다.
귀국한 지 엿새 만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반중 정서가 폭발했고 기사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기사가 묻혔다고 생각했지만, 애당초 농촌, 그것도 중국의 농촌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가 많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 방문의 경험은 깨우침을 줬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에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중국 인민대학 문학부 교수이자 작가인 저자도 반향청년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대도시에서 살며 고향인 허난성의 량좡 마을에 돌아올 때마다 가슴이 쓰렸다. 강은 오염되었고, 숲은 벌목되었으며, 동네 학교는 돼지우리로 변했다. 폭력이 증가했고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기 위해 저자는 고향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대약진운동부터 2000년대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발전 전략이 어떻게 농촌 공동체를 파괴했는지 마을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고 세세하게 그려낸다.
2010년 출간된 이 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농촌의 몰락에 무관심했던 중국 사회에 ‘어쩌다 중국 농촌이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논쟁을 촉발했다. 저자는 이후 고향을 떠난 량좡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인 〈출량좡기〉, 지난 10년 동안 고향 마을의 변화를 기록한 〈량좡 마을 10년〉을 잇따라 출간하면서 ‘량좡 3부작’을 완성했다. 지명과 인명을 한국어로 바꾸면 량좡 마을은 영락없이 한국의 어느 농촌 마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