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에서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묶인 채 조롱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었다. 벽돌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영상 속 이주노동자는 벽돌 제품에 투명 비닐로 결박된 채 지게차에 매달려 있고, 관리자로 보이는 한국 남성은 이주노동자를 향해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조롱 섞인 말을 던졌다.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공분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평했다.
고용 허가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근로감독에 나섰다. 도지사는 피해 이주노동자를 방문해 새로운 직장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끔찍한 영상으로 시작된 논란이 대통령의 한마디 이후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레퍼토리는 늘 이런 식이었다. 잊을 만하면 폭로되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피해는 고용허가제도가 시행된 2004년부터 21년 동안 이런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간신히 유지되었다. 이번에는 근본적 해결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고용허가제도 근간이 위협받는다고?
고용허가제도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된 대한민국 외국 인력 제도의 핵심이다. 매년 10만명이 넘는 외국 인력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농어촌에 배치된다. 고용허가제도는 노동 허가제도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이기에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이탈할 자유를 박탈한 건 고용허가제도의 특성과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철옹성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궤변이자 괴담이다.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사업장 이탈의 자유뿐만 아니라 다음 사업장을 선택할 자유까지 제한한다. 이주노동자는 현 사업장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다른 사업장, 노동환경이 좋거나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다. 사업장 알선을 고용노동부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해도 다음 사업장을 선택할 자유가 제한되어 있기에 고용허가제도의 근간이 위협받는 일은 발생할 여지가 없다. 현 직장을 이탈해 고용노동부가 알선해주는 다음 사업장의 노동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을지 알 수 없고, 4년10개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에서 이직을 위해 소요되는 2~3개월은 무급으로 버텨야 한다. 그리고 3개월 동안 다음 사업장 구직을 마치지 못하면 비자가 말소된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이주노동자가 현 직장에서 이탈을 감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건 죽지 않기 위한 절규, 그렇게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절규다. 그 절규를 외면하고 이탈을 막아서 얻는 이익이, 노예가 폐지된 문명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는 이익일까? 그리고 이게 과연 국익일까? 그건 악덕 기업 운영자의 단기적 이익일 뿐, 중소기업 전반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도 아니다. 오히려 그 악덕 기업에서 벗어나 일손이 필요한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을 허락하는 것이 중소기업 전반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영상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탈 금지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주노동자 이탈의 자유를 박탈하는 반문명적 제도를 폐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대통령 지적으로 한 사람만 구제하고 끝날 것인가?
‘사업장 이탈의 자유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망한다’라는 괴담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중소기업 전반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주노동자 이탈의 자유가 허용되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